괜히 의기소침해지는 날이 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는 동안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떠났고,
쉬는 동안 부담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2쇄 발행을 위해 할 일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고,
입고 문의도 다시 시작했다.
2쇄 발행의 행복과 함께 슬픔도 같이 찾아왔다.
어젯밤에 입고 요청 메일을 보낸 후
오늘 입고가 어렵다는 두통의 메일을 받았다.
각오를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처음 입고 메일을 보내고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보다 타격이 컸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변한 건가 싶어 무서웠다.
책을 내고 고작 3개월 정도가 흘렀을 뿐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뭐라도 된 것 마냥 생각하게 된 건 아닌지
스스로를 다시 돌아봤다. 이 생각이 맴돌고 깊어질수록 불안해져 갔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내 욕심만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재능도 없으면서 글을 쓰는 삶을 살겠다고
외쳐버린 건 아닌지,
내 삶도 어쩌지 못하면서
타인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큰소리를 낸 건 아닌지
불안하고 무서워졌다.
힘겹게 돌고 돌아서 다시 선택한 방향인데,
만약 이 길도 아니면 어쩌나.
마음을 먹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다짐이 흔들리는 건
한 순간, 한 마디, 아주 작은 손짓이다.
한 번씩 불안이 고개를 들어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그때일수록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시기를 기다리자는 마음을 되새긴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리자는 마음.
꽤나 어른스러워졌다고 여겼지만
나는 아직도 어리고,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을 알기 어렵다.
시간이 흘러 훗날 내가 선택한 것이 맞다는 답을 주기를.
내가 움직이며 그것을 정답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