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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Jun 08. 2018

내겐 너무나도 어려운 창작


가끔 잠을 자다가 비몽사몽 간에 번뜩이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한창 단편소설을 구상할 때의 일이다. 온 세상에 있는 유리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내용이었는데, 한 부분이 자꾸만 걸리는 거다.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 같고, 다르게 풀어나가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도 고민을 한가득 안고 잠이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딱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이거야! 이거면 억지스럽지도 않고, 잘 풀어나갈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그러다 다시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새벽의 '엄청난 아이디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왜 메모를 하지 않았을까, 왜 내 기억력을 맹신했을까, 하는 원망과 자책이 며칠을 이어졌고, 그 소설은 아직도 완성을 못 했다. 이 빌어먹을, 귀차니즘! 그 이후로도 메모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여전히 난 번뜩 떠오르는 소재와 아이디어를 글로 잡아두질 못하고, 그냥 스쳐 보낸다. "이걸 어떻게 까먹겠어? 메모 안 해도 돼!" 이런 생각을 할 시간에 메모를 하란 말이다!


그런가 하면 '표절의 공포'도 늘 도사리고 있다. 가끔 완성된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이런 문장을 썼나 싶은 문장들이 있다. 나도 모르게 예전에 읽었던 문장을 가져온 건가 싶은 문장들, 그러니까 남의 문장을 가져왔나 의심이 드는 것이다. 그런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결국 그 문장을 지워버리고 만다. 대단한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만에 하나 내가 쓴 문장이 다른 사람의 문장과 같다면, 그것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내 책임이니까. 오타를 걸러내주는 맞춤법 검사기처럼, 표절인지 아닌지 검사해주는 표절 검사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본다.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어렵다. 완성해놓은 소설 초고들은 묵혀놓고 보면 어찌나 그리 후진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고, 일주일에 하나씩 가볍게 쓰는 글마저도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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