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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Jun 18. 2018

걱정 말아요, 그대.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어렸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엄마가 저녁도 만들고, 집 청소도, 빨래도 하는 것. 지금은 아빠도, 동생도, 나도 시간이 나면 설거지도 하고, 집 청소도 하고, 아주 가끔 밥을 해놓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사의 대부분은 엄마가 하고 있다. 옛날에는 그런 엄마를 보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서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고 절절하게 느낀다. 난 지금도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진이 다 빠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하물며 엄마는 나보다 근무시간도 2시간이나 더 많고, 퇴근도 더 늦게 하는 데도 집안의 모든 일을 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물론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왜 여자는 일도 하는데, 집안의 모든 일도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 남편과 자식들이 거든다고 해도, 그건 말 그대로 '도와주는 것'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집안일을 반반씩 나눈다 해도, '그래도 집안일은 여자 소관이지'라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


지금의 내 나이 즈음에 시집온 엄마는 30년 동안 이런 삶을 살아왔다. 요즘 들어서 여행도 이곳저곳 다니고, 좋아하는 산도 맘껏 다니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짠하다. 그래서 엄마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내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결혼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못해본 거 후회하지 않게 다 즐기고 가라고. 결혼 후에도 '당연히' 내 삶을 유지해나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들 모두 걱정하는 포인트가 이런 지점이라는 게 어쩐지 씁쓸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페미니즘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요즘 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쏟아지는 '멍청한' 댓글들 때문에 기분이 너무 상한다. ('페미니즘에 반대한다'라는 말이 제일 웃기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자들이 지금껏 겪어온 모든 일들은 그들에게 그저 '피해 의식에 찌들어 있는 여자들'의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여자들이 그런 차별을 겪느냐'라는 논리를 펼치기도 하는데, 요즘도 이런 세상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서는 거지. 모든 사람들이 예민한 젠더 감수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꽉 막힌 벽을 마주하는 것 같은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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