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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Jun 02. 2018

미용실은 괴로워


며칠 전, 실로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다. 세어보니 1년 반이 넘은 듯했다. 그동안 지저분한 머리끝을 직접 집에서 대충 자르면서 살다가, 새로 난 머리 염색이나 할 겸 간 것이었다. 난 정말 미용실이라는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커다란 거울을 마주한 내 모습을 보는 게 고역이다. 아침에 화장할 때랑 지울 때 빼고는 거울 보는 일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한두 시간 넘게 내 얼굴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다. (당연히 거울 속 모습이 내 얼굴이 맞겠지만) 광대도 괜히 더 나와 보이고, 눈도 훨씬 작아 보이고…. 미용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미용실을 피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미용사와의 신변잡기식 대화가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내가 많이 갔던 우리 동네 상가에 있는 미용실의 선생님은 머리는 잘 하지만, 내가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관심이 없는 화제의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는다. "저 아는 사람이 이런 일을 겪었는데요~" 라거나 "자주 오는 손님의 며느리가요~" 라는 식의 이야기들. 친구들 중에는 미용실에서 재밌게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난 이상하게 내키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시시콜콜한 내 얘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이런 대화가 이어질 때면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적당히 대꾸하지만, 어쩐지 이런 식의 대화가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왠지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새로 생긴 미용실에 갔다. 여전히 거울 앞에 앉아서 내 모습을 보며 몇 시간이고 머리를 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서 좋았다. 그렇다고 불친절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 친절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의 대화가 이어지는 곳. 이런 곳에서라면, '미용실 공포증'도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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