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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Jan 15. 2017

솔직해보겠습니다


언젠가 가장 친한 친구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또 하나의 연애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이상하리만치 담담한 마음이었다. 몇 년 전에 다른 연애 때문에 힘들어했던 걸 다 알고 있는 친구들인지라 이번의 담담함을 보며 좋아 보인다고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난 '어른의 이별'을 겪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성숙한 이별'이라는 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만큼이나 굉장한 모순이라고 생각하지만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들은 내 말을 듣고는 곧바로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라고 답했지만. (우리 대화의 2할은 '미친'이라는 단어가 차지하는 것 같다.)


무척이나 더웠던 지난여름. 동네 맥줏집에서 맥주를 마시던 때였다. 친구가 하는 '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연애를 많이 하는 아이인데, 엄청 신경 쓰고 잘해줘도 결국엔 헤어지고, 다음 연애 때는 스타일을 바꿔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약간의 자유를 주었는데 결국엔 헤어지더란다. 그 말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와 어렵다.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을 내뱉었다. 내 말 듣던 친구가 하는 말. '얘 레알이다 지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 나왔어"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얘는 진짜 솔직해"


집으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누군가한테 솔직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는 솔직한 사람인가. 난 스스로 자기방어적 성격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생각해보면 속 이야기를 다 터놓게 되는 날이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냥 말해도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일단 만들어지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다 쏟아내는 때가 있다. 아주 간혹. 때때로 너무 내 날것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아서 상대방이 당황했던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가끔 후회가 된다. 쓸데없이 내 치부를 다 드러낼 건 또 뭐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좋은 것만 이야기해도 모자랄 판에 온갖 찌질대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마 고쳐지지는 않을 거다. 분위기에 취해 난 또 상대방이 감당할 수 없는 솔직함을 떠들어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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