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잘한다는 것의 비애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그 말이 맞겠단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24시간 중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자고 먹고 놀고 쉬고 배우고 만나고 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꼭 해야 하는 일들만 선택했었는데,
지금은 최우선 순위로 군림하던 '직장'이 사라지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려니 시간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다 하고 싶은 일인 걸까요?
질문을 바꿔서 이것들을 다 하면 나는 행복할까요?
정해진 일을 다 하는게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닐 겁니다.
어떻게 하느냐와 그렇게 해서 어디로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벌여 놓은 일이 점점 많아져서
어느 하나를 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마음이 급해지고
무엇에도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를 하면서 다른 하나를 고민하니 진도는 더디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풀리는 것은 없는데
잠시 쉰다면서 핸드폰을 들면 한두 시간은 금방입니다.
분명 누가 이 일을 하라고 쥐어준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어 하겠다고 결정한 일들인데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니 말이 안 되는 거죠.
두 번째로는 그렇게 하다 보니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나온 결과에 내가 만족하지 못합니다.
최선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과정도 결과도 마음에 들지 않으니 기가 죽습니다.
나의 쓸모와 능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좀 더 부지런하면, 똑똑하면, 감이 좋으면, ...
하지만 하루아침에 내가 내가 아닌 것이 되진 않죠.
그럼 할 일들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게 답일까요?
돈이 될 것 같은 일을 최우선 순위로 잡아야 할까요?
매일 루틴으로 정해서 하던 일은 꼭 해야 할까요?
급한 일과 중요한 일 중 어느 게 우선일까요?
다른 이들은 기준을 가지고 쉽게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내가 이러려고 회사를 그만뒀던가 자괴감마저 들만큼
시끌시끌한 머릿속이 진정이 되지 않는 밤입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른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을 차분히 정리해봐야겠습니다.
걷기는 1시간 내외
쓰기도 1시간 내외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월-금은 자전거도 타며
30일 동안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