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힐 것을 걱정하지 않는 글쓰기

누군가의 평가가 나의 감정을 우선할 수 없으므로

by GALAXY IN EUROPE

요즘 글쓰기를 미룹니다. 길을 걷다가도 잠을 청하다가도 종종 이런 글을 써볼까 하고 생각하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가 않습니다. 글을 쓰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서랍 속에 담아놓기도 합니다. 쓰다가 그만둘 때는 다른 일이 생겨서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글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데요. 분명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현학적이거나 교육적인 메시지를 이어 붙이려고 애쓰다가 중도에 ‘발행’이 아닌 ‘저장’ 버튼을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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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글의 단초를 떠올렸다고 좋은 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남이 읽고 싶은 글을 예상하며 써 내려가는 글은 내 것일 수 없습니다. 나의 개성을 담지 못한 글은잘못 아닐지 몰라도필요 없는 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어도 이야기를 사람은 많지 싶어서입니다.


그렇다고 그 개성이라고 하는 것이 눈에 띄고, 요란하며, 화사 발랄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경험과 생각을 담고 있기에 다른 것이지 다름을 위한 다름을 표방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지요. 영어로 ‘too desperate’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너무 간절하고 필사적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뜻으로 종종 쓰입니다. 너무 필사적이면 티가 나죠. 그리고 매력은 떨어집니다.

출처: 네이버 영한사전

글을 자유를 느낍니다. 속에서 사랑을 느끼고 존재를 느낍니다. 거창한 말이지만 사실입니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움직이는 것 너머의 생각에 이르게 하고, 돈을 벌고, 사람을 만나고, 조직에 속하는 것 같은, 표면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게 합니다. 여전히 ‘글자’라는 형식에 매여 있으나 이를 통해 생각의 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 버릴 수 없습니다. 프리 다이버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스노클과 오리발 같은 장비를 착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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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을 따라야 하므로 느낌에 어느 정도 제약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제약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나의 느낌을 더욱 정교화하고 구체화시킬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잘 쓴 글’을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느낄 있고, 나의 느낌을 전달하고 통할 있는 , 교감 목표입니다. 이 교감은 화자로서의 나와 독자로서의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과 당신, 나와 나 자신 사이의 교감을 말합니다.


삶은 어딘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체가 목표이듯, 글쓰기도 글을 내어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글을 통한 교감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계속 글을 쓰겠습니다. 그렇게 계속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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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 자체가

내가 그리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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