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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다는 것

내 영혼이 자유를 향해 떠난 순간의 일탈

by GALAXY IN EUROPE

며칠 전 아주 특별한 꿈을 꿨습니다. 그것도 이틀에 연이어서 말이죠. 눈을 번쩍 떴을 때 꿈에서 느꼈던 것들이 실제 일어난 일처럼 너무도 생생히 느껴져서 놀랐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사실 그전에도 강렬한 꿈의 기억들이 있습니다. 삼국시대 복장과 머리를 한 채 언니와 길을 떠돌아다니는 신세였던 적도 있고, 산동네 골목들을 수십 미터 높이로 점프를 하며 날아다닌 적도 있습니다. 인간의 신체들로 표현된 전위예술 작품 속 강렬한 붉은색도 기억이 나네요.


며칠 전 꿈이 특별했던 이유는 '감정'과 '맛'이 너무도 생생했던 탓입니다. 특별한 꿈의 첫째 날, 제가 느낀 것은 한창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연인의 감정이었어요. 서로 잘 모르는 채 느끼는 주체할 수 없는 설렘도, 오랜 시간이 지나 익숙해진 편안함도 아닌, 알아갈수록 행복하고, 오늘 만났지만 내일 또 보고 싶고, 눈을 뜨자마자 바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때 느끼는 감정 말입니다. 꿈에서 마지막 장면은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고 있었는데요. 아직도 그 사람의 눈이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 느낀 '맛'은 훨씬 더 구체적입니다. 저는 포크를 든 채 동그란 케이크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저는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에 포크를 들고 있습니다. 케이크는 빵이 2개 겹쳐 있고 그 사이에 딸기가 잘게 들어간 크림이 잔뜩 발려 있습니다. 보통 케이크와는 다르게 빵 겉에는 크림이 없어요. 케이크는 이미 파헤쳐져 있고, 제가 혼자 먹고 있습니다.

Photo by Food Photographer | Jennifer Pallian on Unsplash

그다음이 더 가관입니다. 저는 양념게장을 먹습니다. 간장게장도 아니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양념게장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밥도 다른 반찬도 없이 오직 양념게장만 먹다니 얼마나 짰을까요? 플라스틱 통에 담긴 양념게장을 먹다가 저는 피난 갈 준비를 합니다. 전쟁이 나서 떠나야 한다는데 그 와중에 저는 이 양념게장을 어떻게 담아갈까를 고민하다 잠에서 깼습니다. 눈을 떠 얼떨떨한 와중에 제 입에서 게장 특유의 비린맛과 짠맛이 한가득 느껴집니다. 실제로 느꼈다기보다는 생생하게 그 맛이 기억났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읽을수록 황당하실 겁니다. 저도 쓸수록 황당하니깐요. 그냥 개꿈이야 하실 겁니다. 뭐 그럴 수도 있구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삶이 시작하는 순간 나의 영혼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너와 나가 하나이고, 과거 미래가 없이 오직 지금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나의 몸속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이미 아는 소중한 것들 - 결국은 사랑이죠 - 을 경험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큰 속박이고 헌신이기 때문에 몸이 잠드는 시간에 잠시 영혼이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간다고 해요. 그 세상의 파편들이 영혼에 묻어와서 우리가 잠깐 보게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일전에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눈을 뜨고는 슬픔에 못 이겨서 한참을 엉엉 소리 내어 운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왜 슬픈 지 이유를 기억을 못 했던 적도 있고,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사랑하고 의지했던 이를 잃은 꿈을 꾼 적도 있습니다. 더 어렸을 적에, 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다 말고 일어나 방에서 나가거나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끄적거린 적도 있다고 합니다. 말을 시키면 대답까지 했다고 하는데 대답한 건 저였을까요? 영국에서 어학연수 중일 때는 제가, 당시에는 타지도 못하는 자전거를 타듯, 발을 굴리며 영어로 잠꼬대를 했다는 친구의 증언도 있습니다.

Photo by Kinga Cichewicz on Unsplash

점점 이야기의 장르가 공포인지 로맨스인지 판타지인지 모르게 흘러가니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사실 제가 꾼 꿈들이 개꿈인지 예지몽(?)인지 영혼이 경험한 또 다른 내가 있는 세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영혼이 경험했다 해도 제가 가지고 있는 인지 수준에서 변형해서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인터스텔라에서 미래의 내가 메시지를 보내려고 해도 책장에서 떨어지는 먼지만으로 현재의 내가 알아듣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2D 세상에 사는 내가 3D의 물체를 인식할 수 없듯이요.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100% 이해가 가능하고 말이 되는 것들로만 만들어진 세상보다 꿈을 꿈으로써 펼쳐지는 황당무계한 세상이 훨씬 더 재미있는 건 기정사실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오늘 밤에 무슨 꿈을 꿀 지는 기대할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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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 자체가

내가 그리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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