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콩밭에 가있다면 콩이나 따 볼까요?
요즘은 머리가 매우 복잡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거나 바빠진 건 아니에요. 할 일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일할 땐 집중이란 것을 해야 하는데 생각이 많아져서 힘듭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말이 지금의 제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글쓰기도 몇 주를 쉬었습니다.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에요.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따라가는 것이지요. 세상에 부유하는 모든 것들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계속 따라갑니다. 동시에 그런 나 자신을 보면서 왜 저러고 있는지 한심해하고 지루해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지는 거죠.
불안함의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인 거 같아요. 생각을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그곳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한 기분인 거죠. 하지만 정작 나는 눈이 뱅뱅 돌고 숨이 턱까지 찹니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는데 열심히 발을 굴리고 양팔을 버둥거리며 여기저기를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거든요.
맞아요.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쉼 없이. 그런데 제자리에 있습니다. 공포영화에 많이 나오는, 바로 그 ‘돌고 돌아 제자리’ 설정이네요. 전 곧 죽임을 당할 상황인가요? 지금도 글을 쓰면서 여기에 ‘카메라가 빙빙 돌며 찍은 듯한, 무얼 찍었는지 모르겠는 사진’을 넣거나 ‘양손을 머리로 싸매고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를듯한 여성의 사진’을 넣어야겠다며, ‘dizzy’, ‘agony’라는 단어를 unsplash 검색창에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러면서 글쓰기에 집중을 못하면서 글을 쓰는 나의 진정성과 이 글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거죠. 쓴 문장들을 읽으면서는 스티븐 킹 작가님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부사는 되도록 빼랬는데….’ 라며 부사를 덜어내고 있네요.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커다란 야망이건 소소한 행복이건 앞으로의 전진이든 현재의 만족이든 부질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부질없다라고도 결론 내리지 못하는 겁쟁이네요.
지금 막 내리려는 역에 도착했어요. 다시 읽지 않고 발행해볼까 합니다. 마음이 다른 콩밭으로 떠나기 전에 수확한 콩을 삶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