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이 다 다르게 생긴 이유
손가락이 하는 일은 참 많습니다. 물건을 집어 들거나 방향을 가리키거나 물체의 표면을 만지는 단순한 일에서부터 요리를 하거나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운전을 하는 복잡한 일은 물론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적인 일까지 척척 해내지요. 젓가락 또는 칼 같은 도구를 다루거나 도자기를 만들고 만두를 빚는 등 섬세한 작업들도 손가락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검지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은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자신들이 그 모든 일들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거든요. 엄지손가락은 짧지만 가장 힘이 셌고, 최고를 의미하는 손가락이었지요. 또한 검지 손가락은 무슨 일을 할 때에나 빠짐없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엄지와 검지는 불만이 있었는데요.
엄지는 자신의 짧고 굵은 모습이 싫었어요. 뭉툭한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손가락들처럼 길지 못하다면 차라리 새끼손가락처럼 귀엽고 날씬하고 싶었어요.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을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도 점점 싫어졌답니다. 반면 검지는 중지 옆에 있기가 싫었어요. 자기가 일도 제일 많이 하는데 중지가 손 가장 중앙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보다 키도 커서 꼭 검지를 내려다보는 듯한 것도 기분이 나빴지요. 그래서 어떻게든 중앙으로 가고 싶었어요.
이러한 엄지와 검지의 소원을 알게 된 신이 손가락들을 불렀어요. 그리고 엄지와 검지에게 물었죠.
"엄지야, 너는 새끼손가락처럼 작고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싶니?"
그러자 엄지는 "네!"라고 크게 대답했어요.
"검지 너는 중앙에 가장 긴 손가락이 되고 싶다고?"
검지도 이에 질세라 "네~"라고 큰 소리로 답했습니다. 그러자 신은 아주 쉽게 그 소원을 들어주마 했어요. 하지만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니까 딱 24시간 동안만 바뀐 채로 살아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신기하게도 엄지는 새끼손가락만큼 작고 날씬해져 있었고, 검지는 다섯 손가락 중앙에 놓여 있었죠. 엄지와 검지 손가락은 신이 났어요.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걸 곧 알게 되었습니다. 검지가 늘 하던 대로 방향이나 물체를 가리켰더니 사람들이 매우 불쾌해하는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중앙 손가락 하나만 세우는 건 매우 무례한 거잖아요? 하루 종일 검지는 불쾌한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정은 엄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최고라고 엄지 척을 해주면 사람들이 무시하지 말라며 화를 내거나,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걸려고 하기도 했죠.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엄지는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예뻐졌다는 기쁨도 잠시 너무 불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엄지와 검지는 이래선 안 되겠다 정신을 차렸죠.
그리고 다시 신을 만났을 때 둘은 신에게 자신들을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아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신은 이유를 전혀 묻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둘의 부탁을 들어주었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뜰 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엄지와 검지는 다른 손가락들에게 자기들 멋대로 굴어 미안하다고 사과했지요. 다른 손가락들도 쿨하게 괜찮다고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어느 손가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열 손가락이 다함께 뜨는 해를 향해 하트를 만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