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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라 Aug 02. 2022

마스크에 걸린 갈매기

짧은 소설 

바닷가 근처에 사는 한 어부가 있었다. 그의 집 주변에는 늘 갈매기들이 많았다. 그들은 가끔 어부의 집 근처에서 먹을 것을 기대하며 맴돌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부는 갈매기들에게 이상한 것이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사람들이 쓰고 버린 일회용 마스크였다. 불과 몇 주 전까지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들었던 탓이다. 그래서 갈매기들의 발은 폴리에스터 소재의 줄으로 칭칭 묶여 있는 것이 허다했고, 양발에 묶여있기도 했다. 더 심한 경우 부리에 묶여서 제대로 입을 벌리지도 못할 정도로 꽉 묶여 있기도 했다. 저주를 가져온 그 천 조각은 땅 위에서는 쉴새없이 먹이를 찾아다니는 새들의 발에 채였을 것이고, 간혹 새들은 마스크를 먹이 비슷한 것인 줄 알고 부리로 건드렸을 것이고, 그것의 줄이 그들도 모르게 부리를 감아 버린 듯했다. 사람이라면 쉽게 뺄 수 있지만 새들은 그렇지 못했다. 새들은 어떤 표정도 없이 그것들을 달고 다녔다. 거추장스러운 그것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미 체념한 듯 걸어다녔다. 




불쌍한 갈매기들을 그냥 볼 수 없었던 어부는 어떻게든 그것을 없애주고 싶었다. 그가 가진 연장이라고는 그물을 끊을 때 쓰는 주머니칼 뿐이었다. 어느 날 어부는 주머니칼을 들고 살금살금 갈매기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경계심이 있다. 그들은 열심히 인간 주변의 음식물들을 탐내며 주변을 맴돌지만,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는 오지 않는다. 그들은 먹이를 받아먹다가도  인간이 더 가까이 접근할라치면 긴 날개를 펼치고 달아나버린다. 그 갈매기들도 경계했다. 게다가 어부의 손에는 칼이 쥐여져 있었다. 갈매기들은 그것이 자신을 포획하려는 칼인지, 자신을 어려움으로부터 구해줄 칼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어부가 까치발을 들고 천천히 걸음을 떼자 주변에 있던 갈매기들은 요란하게 달아났다. 그런데 상태가 가장 심각한 흰갈매기 한 마리— 부리가 끈에 칭칭 감겨 있어 제대로 입을 벌릴 수도 없는—는 날아가지 않았다. 여전히 경계하는 듯 갈퀴 발로 사뿐사뿐 뒷걸음질하며, 두리번거리며 어부의 움직임을 살폈으나 아예 도망하지는 않았다. 아마 제대로 먹을 수도 없는 절망스러운 상황에 자신의 운명을 누군가에게라도 맡겨 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어부는 주저앉듯 몸을 굽혀 그 갈매기에게 오리걸음으로 다가갔다. 갈매기는 불안한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여전히 날아가지 않았다.


“쉬. 쉬. 괜찮아.”


어부는 주머니칼을 든 왼손을 살짝 뒤로 빼고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새를 잡았다. 새는 놀란 듯 날개를 푸드덕거렸지만 어부의 손길이 자신을 해치는 손길은 아니라는 것은 직감한 듯 여전히 도망가지 않고 그곳에 자리했다. 주변의 갈매기들은 저만치 떨어져서 놀란 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을 알리려는 듯 꽥꽥거리는 갈매기들도 있었다.


어부는 갈매기의 부리를 잡았다. 그것은 너무나 칭칭 감겨져 있어 쉽게 풀어낼 수 없었다. 그대로 당겼다간 새가 놀라 도망할 수도 있고 어부 자신도 놀란 새가 자신을 어떻게 공격할지 몰라 쉽사리 그것을 당겨 없앨 수는 없었다. 새가 다칠 수도 있어 가능한 주머니칼은 쓰지 않고 싶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부는 주머니칼을 새의 부리로 가까이 가져갔다. 주머니칼의 빛과 날카로움에 놀란 새는 꺽꺽대는 소리를 냈다. 어부는 쉬-쉬 하며 새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어부는 몇 겹으로 감아져 있는 끈의 바깥 부분을 조심스럽게 당겼다. 부리에 압력이 가해진 느낌의 새는 놀라 다시 푸드덕거렸다. 그 순간 어부는 재빨리 그 끈 하나를 칼로 끊어냈다. 그러자 순식간에 부리를 감싸고 있던 끈이 느슨해졌고, 어부는 그것을 빠르게 제거해버렸다. 자신을 묶었던 얇은 족쇄가 자신을 떠난 즉시 새는 날아올랐다. 꽥꽥거리는 소리로 자신의 행복을 알리며 힘차게 상공으로 박차 날아가는 것이었다. 어부는 그 광경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것을 보고 있던 갈매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다. 몇몇은 그것을 보고 자신의 사슬을 끊어주려 다가오는 어부에게 자신을 내맡겼다. 물론 그들도 앞선 그 흰갈매기처럼 놀랐고, 푸드덕거렸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경계심이 극심해져서 도망가버리는 새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을 믿고 견딘 모든 새들은 자유롭게 다시 자신의 몸을 만끽하며 날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일회용 마스크에 접근하지 않았다. 여전히 경계하며 주머니칼로 자신이 찔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던 새들은? 여전히 그 상태로 절룩이고, 거추장스러운 움직임으로 다녀야 했다. 어쩌겠는가? 갈매기들은 도망할 날개를 가졌고, 어부는 자신을 믿고 몸을 맡기는 새에게만 주머니칼의 자비를 베풀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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