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페스티벌에 다녀오다
요즘 아이는 건담에 빠졌다. 아기 때부터 남자아이인 만큼 육아에 남편이 많이 애쓴다. 남편은 아이가 어릴 때는 수유 빼고는 모든 걸 도맡아 했다. 수유 끝나면 트림시키기, 안아 재우기, 기저귀갈기, 놀아주기, 책 읽어주기, 산책하기, 기저귀, 가제손수건 빨래하기, 분리수거와 쓰레기 버리기 등 모든 집안일을 했다. 그 정도로 육아에 대해 적극적이고 아이에 대한 사랑이 최우선인 남편이다.
지금 아홉 살이 된 아이와는 함께 책 읽는 것은 물론, 요리도 하고 게임도 하고 만화도 보며 아이의 관심사를 늘 함께 해준다. 어느 날 둘은 우연히 건담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고 얼마 전 생일이었던 남편은 생일 선물로 건프라를 골랐다. 나는 흔쾌히 선물해 주었고 손재주가 좋아 만들기를 잘하는 아이는 그 길로 건프라 조립에 푹 빠지게 되었다.
여자이자 딸로 자란 내가 육아를 혼자 담당한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긴 하다. 사실 공감도 되지 않고 엄마의 눈에는 쓸데없는 것으로 생각이 되기에 반대하거나 아예 사주지도 않았을 것도 같다. 남편이 함께 하고 있다는 안정감이 아이가 하는 게임과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지난 일요일, 우리 가족은 편도 50분을 운전해 건담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친구들도 많이 왔고 성인들도 많이 참가한 행사였다.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도 있었지만 우리 아이 포함해서 몇 명 밖에 없을 정도로 드물었다. 아마도 우리 아이가 최연소였던 것 같다.
자신이 모아 온 애니메이션 피겨와 건프라 모델을 전시하고 조립완성된 건담들과 조립하지 않은 새 상품의 건프라들을 파는 부스도 있었다. 그곳에서 아이는 새로운 모델에 대해 알게 되었고 많은 선배들의 조언과 이야기를 듣고 구매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서 삶의 일부로,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해 진심인 마니아들의 모임은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최연소 어린이가 우리 아들이라니. 자랑스럽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
삶은 지루하고 허무함이 올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삶에 대한 의미와 재미는 본인이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어렸을 때부터 이런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데려온 남편이 고마웠고 50분을 참고 함께 온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이곳에 참가한 진행팀부터 참가자들 모두의 열정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코스프레를 하고 온 친구들도 있었다. 중고등학생 아니면, 20대처럼 보였는데 그들의 코스프레를 알아보지 못하는 내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빠져사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그런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던 것도 같다.
앞으로 아이가 크면서 어떤 취미를 가질지, 어떤 것에 몰입을 하게 될지, 겉보기에 공부와는 멀게 느껴지더라도, 나는 아이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항상 응원할 것이다. 몰입하는 힘은 세상 사는 데에 가장 큰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힘들 때 쉴 곳이 있다는 것 또한 굉장한 무기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