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
지난주 목요일, 아이의 여름방학이 끝이 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는 방학동안 정말 많이 크고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는 여러 신호들을 보내왔다.
1학기 때는 피아노학원 마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어야 했는데 2학기 때는 오지말라는 것이다. 내가 피아노학원으로 데리러 가면 아이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서 나와 학교 운동장으로 향하곤 했다. 아이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고 나는 그동안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곤 했다. 이런 과정이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가 원하고 있으니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필요와 효율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육아이기에 받아들이기 쉬웠다.
사람마다 안정감이 채워지는 주머니가 있는데, 그것의 크기는 인생의 시기마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다른 아이들보다 긴 것은 안정감 주머니를 크게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조급증이 도질때마다 되뇌이곤 했다. 매사에 조심성이 있고 탐색이 길었던 우리 아이. 아이들은 발달의 시기가 미세하게 다를 뿐이다. 부모에게서 점점 멀리 떠나는 여정을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했고 속도는 제각각이다.
아이와 엄마는 처음에 한 몸이었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두 개체가 되고 아이가 뒤집기, 기기, 앉기, 서기, 걷기를 하면서 둘 사이에 아주 작지만 명확한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또한 엄마와 아이 사이의 거리가 좁아졌다 넓어졌다 반복하며 결국엔 점점 넓어진다. 나는 그 모습이 흡사 지구와 달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한다. 실제 달은 정확히 정해진 거리를 반경으로 일정한 궤도를 돌고 있지만 아이는 그 반경이 점점 커지며 결국엔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이 깨지며 다른 행성이 되는 독립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엄마와 그랬던 것처럼.
이제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몇시까지 놀건지 전화를 한다.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오후의 자유. 아이가 노는 학교 운동장 옆 벤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없어져 아쉽기는 하지만 아이의 성장이 더 기쁘다. 그렇게 아이는 한 뼘 더 멀어졌다.
이미지 출처: inshallah202님의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