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메뉴보다 중요한 집안 청소상태
육지에서 엄마가 온다. 볼 일이 있어 오시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 그런데 싫다. 나는 아직도 엄마에 대한 양가감정이 남아있다. 엄마가 오는 것이 마냥 좋을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출근한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목 빼고 기다렸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한 동안 그랬다. "엄마가 다음 주에 또 올게." 하고 돌아서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곤 했다. 시간이 흘러 내 아이가 서서 "하모니 앙영히 가세어" 하며 배꼽인사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나는 엄마와의 헤어짐을 힘겨워했다.
그랬던 엄마가 오는 것이 무척 반가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이제는 뭐랄까. 조금 불편하다랄까. 묵었던 집안 먼지 청소와 화장실 물때 청소, 싱크대 청소, 주방 서랍 정리, 바닥 물걸레질까지 지난 일주일을 청소에만 매달려 살았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완벽한 딸이고 싶은 그레이스." 맞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집안일을 너무 몰아서 했는지 어젯밤은 손가락이 아파 잠을 설쳤다. 집을 보고 있으면 상쾌하기도 하지만 엄마 눈에 들어올 구석구석을 보면 엄마의 잔소리가 벌써 귓가에 맴돈다. 에휴.
엄마는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하다. 먼지한 톨도 용납하지 않는다. 엄마가 우리 집에 오면 늘 들리는 소리가 있다. 찌-익 찌-익 돌돌이로 바닥에 있는 먼지를 한 번씩 털고 앉으시는 소리다. 오후 비행기로 오신다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아. 마늘 안 깠다. 큰일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