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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Oct 18. 2024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

그 관계에 꽤나 진심이었나 보다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었던 10월이 반이나 흘러갔다. 관계 속에서 뜨거움과 차가움을 왔다 갔다 했던 지난여름을 생각하니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실 그 관계에 대해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관계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참 큰데, 관계가 어렵게 되었을 때 겪는 어려움은 더 크게 다가온다. 사실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겪어왔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나는 그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느 지점에서부터 차가워진 걸까. 나와 생각이 달라서일까. 아니다. 다른 생각도 정확히 중간지점은 아니더라도 또는 셋 사이 무게중심 근처 어딘가에서 만날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왔고 경험해 왔다.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함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다른 법이다. 나는 불편해진 관계를 다시 처음으로, 상처받지 않았을 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을 나이는 이미 지났다. 불편해진 관계를 조금은 덜 불편하게, 또는 조금은 평온하게 그 자리에 온전히 두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한 권의 책, 즉 그만의 긴 서사가 나에게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책을 펼치고 나의 흥미를 계속해서 끌어내지 못하는 책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덮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배웠다. 그렇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 권의 책이, 긴 서사가 나에게 왔지만 여기까지인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성장하면 다시 펼쳐볼 날을 기약하며 지금은 과감히 덮을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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