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 예측가능한 나이

2025

by 그레이스

1. 개인적으로 나이 드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오는 순간이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고 힘든 고비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또 뭐 그리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는지 살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20대는 20대대로, 30대는 30대대로 재밌고 명랑했다. 그리고 지금도 나름 명랑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중.


2.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생기는 데 그중 가장 큰 하나는 '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진다'는 것. 40대 중반이 되니 조금씩 실패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차리게 된다. 아마도 나도 모르는 새에 나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나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상황이나 물건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어서 그런 듯하다.


3. 요즘 유튜브로 '짠남자'라는 프로를 즐겨보는데 MC인 김종국씨가 게스트에게 '무지 티셔츠를 여러 벌 준비해서 입으면 옷 걱정도 없고 돈도 아낄 수 있다'라고 조언하는 걸보고 크게 공감했다. 절약을 위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불필요한 선택이나 결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니까. 나 또한 마음에 드는 착장을 정해두고 일주일 내내 입는 방법을 택한다. 선택의 실패는 줄어들고 마음은 편안하다.


4. 살면서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 행복하게 하는지, 충만하게 하는 지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불필요한 선택이 줄어들면, 후회스러운 소비, 에너지 낭비가 함께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풍요로운 일상이 채워줄 것이다.


5. 내 딸아이가 일찍 깨달았으면 좋겠다. 내면의 충만함이 이끄는 삶에 대해. 그러나 많은 시행착오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의 내 생각들은 정말 쓸데없는 옷들로 가득 찼던 옷장과 흑역사를 만든 술자리와 눈물의 후회가 만든 거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경험은 나에게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퇴보하는 미래는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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