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잡담
'그것이라도'
'그것 밖에 길이 없어서'
이런 조건을 달고 결정하는 일이라는 것들이 대부분은 '삶의 단 하나의 목표'가 되어 본 적 없는 비주류의,
또는 사회통념상 규정된 비천한 쪽인 경우가 많다.
결국은 이런 쪽으로 결정하게 되면 아무리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말도 못 하게 서러워진다.
숨길 수 없기에, 오히려 드러내놓는 쪽이 나를 더 지킬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평소 보다 더 척추를 세워 현실과 맞닥뜨린다.
늘 신경을 곤두 세워 나의 고귀한 본질을 훼손시키지도 훼손 당하지도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
때론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텨야 한다.
팽팽하게 당겨진 자존심은 둔한 둔기에도 속절 없이 끊어질 듯 예민해져 있다.
악착같이 어떻게든, 어디서든 온기를 모아야 한다.
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내 허리에, 내 가슴팍에 매달려 나에게 온통 심신을 의지하는 이 아이들의 온기가 나를 살린다.
비록 한쪽 다리를 꿇은 채 나아가야 하더라도, 한쪽 날개를 접고 날아가야 하더라도
서러워할 참이 없어야 한다.
구멍 숭숭 뚫린 거적때기를 걸쳐야 함에 두려워 말고, 안 주머니 속에 예리하게 날 선 검을 숨기자.
누구든 존재를 눈치챌 수 있게 신성한 검을 숨기자.
나를 보호하자. 나의 고귀한 존재의 가치를 수시로 확인하여 지켜야 할 것을 기필코 지키자.
서러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과도하게 날이 서 있던 어느 날의 일기 속에서,-
뭐가 이렇게 서러웠을까.
민망할 정도로 비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