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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묻는 사람 K Dec 01. 2023

굿 라이프

최인철 지음. 21세기 북스. 2018

"그 책은 좋은 삶의 방법을 알려주나요? 그걸 보면 잘 사는데 도움이 돼요?"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비슷한 뉘앙스였던 것 같다. 서로 읽고 있는 책에 관해 말하는 순서였고, 내가 <굿 라이프>를 했을 때 K가 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아직도 자기 계발서를 읽어요?"


 내내 찝찝한 기분이 들었던 건 내 편견과 프레임 때문이었을 것이다. 2,30대에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여자라면 힐러리처럼>과 같은 분야 책을 닥치대로 읽었으면서. 필요한 문구를 옮겨적고, 다이어리에 붙여두며 부적처럼 보았으면서. 지금은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거다. 


 성공이 탐났다기보다 내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기대를 품었던 때였. 고비 때마다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지금은 그것이 주는 날 것의 자극이 면구스럽다고 말하지만한 시절 소중했으나 대체제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애착인형 은 존재이다.


사족이 길었다. 책 이야기로 가보자면, 굿 라이프는 <프레임> 저자인 최인철 교수가 12년 만에 출간한 행복론이다. 심리 실험을 통해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을 분석했고, 행복에 관한  짚었다. 그리고 저자 표현대로 행복만큼 불행을,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굿 라이프>를 통해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의식과 경험의 개방성을 확정하는 것이야 말로 품격을 갖추는 길이라고 했다. 냉소와 불신을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와 구분해야 한다는 구절에선 허를 찔린 듯했다. 관계의 지리적 편중성은 의식의 편중성을 유발하므로 공간, 만나는 사람, 시간을 바꾸라던 말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안정감을 핑계로 변화를 피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멀리했다. 나잇값 하면서 살고 싶다면서 의미보다 쾌락을 쫓기도 했다. 내 인생 '맞바람'과 씨름하느라 '뒷바람'은 생각지도 못했다. 홀연히 떠나버린 아버지는 강력한 뒷바람이었으므로 그 슬픔에 몰두하다 여전히 뒷바람이 되어주는 많은 것을 잊고 있었다.


 찬바람에 화들짝 놀라 올 한 해를 더듬어 본다. 올해도 역시 부끄럼 많은 삶을 살았다. 내년에는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까. < 명상과 운동을 즐기고, 친절을 베풀고, 감사를 표현하고, 중요한 목표를 추구하고, 낙관적인 마음을 갖고,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 면 품격 있는 중년에 조금 가까워질까.  


 독서 기록을 끝내려니, K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네. 이 책으로 삶이 나아질지는 모르겠어요. 잘 사는데 도움이 될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읽을 뿐인걸요. 그저 조금 품위 있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지금 제게는 가장 절실하고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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