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웨일북. 2024
작년과 올해 연달아 아버지, 시아버지 장례를 치른 탓인지, 나이 들어가는 걸 몸으로 느껴서인지, 단순히 계절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건강', '노화', '죽음'을 주제로 한 책과 인연이 자주 닿는다. 예전의 나라면 "뻔한 책, 제목이 전부인 책"이라고 치부하며 보지도 않고 걸렀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믿고 시간을 견딘 때가 있었다. 삶에 미련 없다는 말을 겁 없이 내뱉던 때이기도 했다. '있었다, 했다'라고 과거형을 쓴 이유는, 요즘 나는 "모든 건 영원하지 않고 사라진다는 사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삶에 미련이 많고, 기왕이면 오래 살고 싶다. 그것도 건강하게!
함께 읽을 이달의 책 목록에서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마시 코트렐 홀, 엘리자베스 엑스트롬 지음. 김한슬기 옮김.>에 투표한 이유는 대단한 걸 바라서가 아니었다. 저자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럼에도 기꺼이 선택한 이유는 가까운 주변 이들과 함께 읽고 각자 살아가는 힘에 대해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의 요지는 노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긍정하라. 고립되지 말고 나보다 먼저 죽지 않을 젊은 친구를 사귀며,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라는 거다. 그리고 충분한 수면(7시간-9시간)을 취하라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긴 쉽지 않은 일을 건강하게 나이 든 사람과의 인터뷰 방식으로 정리해 두었다.
나는 몇몇 장에 책갈피를 끼워두었고, 몇몇 문장은 공책에 옮겨 적었다.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나를 살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안 보면 걱정되고 만나면 욱하게 되는 엄마, 평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힘이 되는 언니들, 오래된 친구들, 다정한 사람들, 말을 시작하고 끝내지 않아도 알아듣는 남편.
하루에 한 가지씩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찾아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싶다. 오늘 찾은 건 서러울 만큼 푸른 가을하늘, 좋아하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 따끈따끈한 뉴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들, 매달 세 번째 주 금요일 함께 책 읽고 밥 먹는 두 분!
내일은 몇 개를 찾을 수 있으려나? 그럭저럭 괜찮은 밤이고, 괜찮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