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는

작은 별자리

by 책미네랄

2025년 여름, 열돔 현상으로 태양은 유난히 뜨거웠다.


출퇴근길에는 양산과 선글라스를 챙겨 걸었지만,

거울 속 내 눈 밑 피부는 어느새 갈색으로 진하게 물들어 있었다.


몇 해 전, 나는 생애 나름 호사를 부리며 피부과를 찾았었다.

기미를 제거하기 위해 겪은 고통과 경제적 지출만큼,

만족감은 세 달도 채 가지 않았다.

원래 내 피부는 가지처럼 까무잡잡해

기미가 눈에 띄지 않았는데,

한 번 거울 속에 비친 그 모습은

마음까지 기미가 스며들 듯,

내 안 깊이 자리했다.


어느 날, 자주 가는 캠프 아카데미의 오일 수업에 참여했다.

배에 몇 방울 오일을 떨어뜨려 마사지하면 뱃살도 빠지고 자궁 건강에도 좋다 하여,

처음으로 호기심에 참가한 자리였다.


그때 강사님이 말했다.

“기미는 신이 준 선물입니다.”

순간, 오래된 고정관념이 흔들렸다.

비싼 외국 화장품을 사서 기미를 없애려 발버둥 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기미는 사실, 피부가 스스로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보호 신호였다.

자연스러움과 개성, 세월과 경험의 흔적, 그리고 건강 관리의 신호—

기미는 그렇게 긍정적인 의미를 품고 있었다.


문학적으로도 기미는 여러 얼굴을 가진다.

“기미는 얼굴 위에 뜨는 작은 별자리,

세월이 그려 넣은 은하수의 조각이다.”

“햇살이 오래 머물다 간 자리, 그 온기의 그림자가 기미로 남았다.”

“기미는 고단했던 날들이 남긴 낙인 같지만, 그 속에는 꺼지지 않는 생의 열기가 숨어 있다.”

“기미는 나이 듦이 피워낸 은밀한 꽃잎, 주름보다도 더 조용히 성숙을 알린다.”

“기미는 피부 위에 자연이 직접 써 내려간 문장, 지우려 애쓸수록 더 선명해지는 시다.”

삶 또한 기미처럼, 때로는 맵고 독한 태풍과 닮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병과 죽음, 아버지의 서서히 찾아오는 치매, 남편의 질병—

나에게 불어닥친 강한 태풍은, 도망치고 싶은 사건의 연속이었다.

기미의 부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는 종종 삶의 고통을 피하고만 싶어 한다.

얼굴에 기미가 생기면 화장과 피부 관리에 신경 쓰게 되듯,

태풍 같은 사건은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자신감을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태풍이 바다를 청소하듯, 삶의 강한 바람도 결국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비워준다.


기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듯이,

태풍마저 좋은 면을 찾아본다면,

행복의 문은 늘 열려 있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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