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하루
출근 전, 커피를 탔다. 뜨거운 건 시간이 없었고, 차가운 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미지근한 물에 커피를 풀었다. 타다 만 커피 가루가 컵 벽에 얇게 남아 있었다. 그것을 마신다기보다는 들이킨다는 표현이 더 가까웠다. 생수처럼 들고, 호흡처럼 넘겼다. 커피를 커피처럼 대하지 못한 채.
차 안에서야 알았다. 아, 이게 커피였지. 입 안에 퍼지는 쓴맛은 너무 늦게 도착한 인사처럼 느껴졌다. 준비되지 않은 하루가 나를 미루어놓은 채 시작되었고, 나는 그 하루를 따라잡기 위해 커피를 소비했다. 아니, 커피를 사용했다. 기호도, 여유도, 향도 아닌 기능으로써.
그렇게 생각이 미쳤을 때, 문득 이 삶이 전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정한 계획표를 짜도 일은 자꾸 미뤄지고, 마무리보다 수정이 많은 날들.
나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어딘가에 서서, 그래도 괜찮은 결과물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최고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흔적만큼은 남기고 싶다.
짝수달은 유난히 정신없다. 일정이 몰리고, 결과를 요구받는다. 그 바쁜 와중에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빠르게 사용하는 일로 바뀌었다. 마치, 커피가 연료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오후엔 조금 더 집중이 필요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나는 그 일에 천천히 침잠할 예정이다.
냉수처럼 삼켰던 커피가 혀끝에 남겨준 쓴맛으로 나는 오늘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 하루도 그렇게, 커피처럼 나를 통과해 가고 있다.
커피 같지 않은 물처럼,
하루 같지 않은 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