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거리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고,
아이를 야구장에 데려다준 후
나는 갈 곳 없이 도심을 맴돌았다.
다리를 다친 아이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그곳에 가겠다고 했다.
말릴 수 없었다.
마음이 앞서
들리지 않는 아이를 이해해 보기로 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그저 뒤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남겨진 나는,
도심을 한참 돌았다.
어디에도 쉽게 머물 수 없었다.
도심의 풍경은 어쩐지 나를 밀어내는 것만 같았다.
주차장은 진입 금지, 카페는 보이지 않고,
마음 둘 곳이 없다.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많고,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진다.
쉴 새 없이 달려왔고,
하루하루를 쪼개며 버텨왔는데,
이렇게 계획 밖의 틈이 생기면
나는 다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늘 모든 걸 계획했지만,
계획은 어그러지고,
어그러진 그 자리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 시간 속에서도
돌아봐야 할 마음의 조각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쉬지 못한 채 달려온 끝에서,
나는 오히려 멈춤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내 계획과
헝클어진 마음
늦은
오후
풍경이 낯선 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