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리고 수영장의 이야기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 PT를 선택했지만,
기구를 다루는 건 여전히 즐겁지 않았다.
혼자서는 더 지루했고, 마지못해 하는 운동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지지부진하게 돌아가는 바이크, 러닝머신 위 내 걸음걸이보다
그 위에 달린 작은 화면에 더 집중하는 내 모습이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에서 덤벨을 사용해보기도 했고, 한때 꽤 익숙했던 요가도
습관에서 멀어진 지 오래라 이제는 낯설기만 했다.
결국 산책으로 마음을 달래 보았지만, 폭염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과 마음을 일치시키기로 했다.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 차를 타고 가기엔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거리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동안 그렇게 미뤄두었을까.
안으로 들어서자 쾌적한 공기가 마음에 들어, 하루에서 다시 한 달을 결제했다.
몇 년 동안, 여름철 물놀이장을 제외하곤 수영장에 갈 일이 없었던 나는
아주 간단히 몸을 푼 뒤 제일 가장자리에서 발을 담갔다.
같은 라인에는 몇몇 사람이 수영을 하고 있었고,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한 여성이 조심스레 나를 바라봤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도 다시 마주치자, 짧은 인사가 어느새 한동안의 수영장 미팅으로 이어졌다.
서로 오랜만에 수영장에 와 적응이 필요했던 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둘 다 원래 말을 잘 안 할 사람들 같았는데, 운동을 빌미 삼은 대화가 한참 동안 이루어졌다.
이야기 끝엔 그분이 먼저 자리를 뜨며 전화번호를 건넸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물론 수영장이라, 외우라고. ^^;;
나는 외우는 게 잘 안 된다고 웃으며 “다음에 다시 여기서 만나요 “라고 답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누군가를 애써 만나지 않는 나에게
이런 이벤트가 종종 삶의 재미를 북돋아 준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그분은 대학생인 두 자녀가 뉴욕에 거주하고, 수학 문제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데,
두 자녀 모두 학원 과외 한 번 없이 공부를 잘했다며,
그래도 방향만큼은 잡아주었다는 얘기.
수영복을 입은 채로 물속에서 한 시간쯤 자녀교육 듣고 나누었다.
그렇게 수영장 첫날,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수다로 시작한 몸풀기 후 첫 발을 띄우고 수영을 하는데,
몸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자유형, 배영, 평영 모두 순조로웠다.
비록 자유형의 폐활량이 예전 같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운동이 될 만한 조건이 다 갖춰져 있었다.
첫날이라 수영할 때의 올바른 자세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속도를 줄이고, 자세에 더 몰입했다.
또 하나,
같은 라인 사람들과 자연스레 순환 구조가 생겨 돌아가는 박자가 잘 맞던 날이기도 했다.
이렇게 마음 따라간 쾌적한 수영장에서의 하루는
올여름 내 운동을 맡기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며,
나는 수다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아닐까.
그걸 조금 더 살펴봐야겠다는 생각,
처음 만난 사람과도 이렇게 즐겁게 소통하고 돌아오는 날은,
혼자 웃게 되니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