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선물이다

마음이 머무는 방식

by 그레이스


어떤 물건은 설명보다 오래 남는다.
반지 하나, 손으로 뜬 가방 하나,
이름 없는 케이크 상자 하나.


비록 작고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물리의 법칙을 거스른다.

오래 남고, 되새겨지고, 스며든다. 그것이 바로 선물이다.


나는 선배를 만날 때, 선물을 자주 준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늘 마음은 있었지만, 그 마음이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상대의 취향을 떠올리다가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고, 그저 언젠가라는 말로 미뤄두기도 했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선물은 그런 시간을 건너 훅 들어왔다. 말보다 먼저 마음이 닿은 순간들이 있었다.

오래전 선배가 건넨 반지는 지구의 반대편 어딘가에서 왔지만, 그보다 더 먼 곳에서 온 것만 같았다.

‘관계,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리에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게 전해졌다.


나는 그 반지를 받았고, 지금도 선배를 만날 때면 꼭 끼운다.

가볍게 건네준 반지였지만,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지켜보아온 선배가 또 하나의 선물을 내민다.

"너처럼 잘 써주는 걸 보면, 또 주고 싶어져.“


선배가 손수 뜬 가방을 받았다.

휴대폰과 차 키, 안경집만 넣으라는 그 말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물은, 받은 사람이 잘 쓸 때 비로서 완성된다.

주는 쪽이 기뻐하는 건 물건이 잘 쓰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졌다는 증거를 봤기 때문이다.

그 증거는 낡은 반지 하나에도 혹은 “잘 쓰고 있어요”라는 짧은 말에도 있다.


선물은 마음의 형상이다.

손에 잡히지만 본질은 잡히지 않는다. 주는 이의 시간과 마음이 응축된 작은 증거.

받는 이는 그것을 소유하지 않고 공명한다.

잘 받은 선물은 그 자체로 응답이 된다. 그래서 선물은 교환이 아니라 대화다. 말로는 미처 닿지 못한 마음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전해지는 방식.

그것이 선물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잘 받는 사람은 결국 언젠가 그 마음을 되돌릴 준비를 하게 된다.



선물을 잘 받는 일도, 선물을 주는 일만큼이나 인간적인 기술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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