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숨을 쉰 뒤에야

by 그레이스


결국, 이틀 전부터 아랫입술 중앙에 수포가 올라왔다.

대개 수용의 자리에 서는 편이라 마음은 차분한 쪽에 가까운데, 기쁨만은 끝내 따라오지 않는다. 생각은 또렷한데 몸은 자꾸만 속도를 낮춰 일하라 신호를 보낸다. 몸 이곳저곳에서 말 대신 작은 소음이 이어진다.


사람에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기보다, 그런 순간이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생각은 한참 뒤에 도착하는 시간. 옳고 그름이나 해석의 정확성을 따질 여유조차 남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그때 남는 것은 단순하다.


지금 여기 있다는 감각, 그리고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우리는 종종 모든 상황을 설명하려 든다.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이해라는 언어로 각자의 자리를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설명이 오히려 상황을 더 납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한 고통이 있고, 결론 없이도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분명 존재한다.


나는 점점 더 무엇이 옳은지를 말해주는 사람보다 곁에 머무는 태도를 신뢰한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두는 용기.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도망이 아니라 잠시 살아남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 덕분에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 모든 것을 이해한 뒤가 아니라, 충분히 숨을 쉰 뒤에야 비로소 생각은 제자리를 찾는다.


지치고 힘들어 주위를 돌아보면, 모두가 각자의 무게를 안고 서 있다.

누가 누굴 위로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나는 조용히 숨부터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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