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오래전 대학 시절, 우리는 같은 시간표를 지나 같은 건물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이었다. 성향은 분명히 달랐지만, 나는 자주 친구에게 끌렸다. 그 이유를 굳이 말로 붙이자면, 내 안에는 없던 친구의 가벼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끔 튀어나오던 깨방정 같은 말과 행동은 분위기를 먼저 풀어놓았고, 그 덕분에 대화는 늘 한 박자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 가벼움은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말이 조금 더 깊어지려는 순간, 농담이 먼저 도착해 버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끝내 다 닿지 못한 이야기들을 몇 개쯤 남겨두고 지나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태도 덕분에 무거운 이야기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감정이 바닥에 닿기 전에 한 번 웃을 수 있었고, 혼자 감당해야 할 말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졌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다름을 조용히 받아들이며 친구가 되었다. 특별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아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은 충분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사람들은 나를 보면 친구의 안부를 물었고, 친구를 보면 내 안부를 물었다. 그 질문들이 인사가 되었다는 사실이, 우리가 공유했던 시간을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관계를 끝까지 채우려 애쓰지 않았다. 깊이 닿지 않아도 괜찮았고, 그만큼의 거리에서도 편안했다. 그래서였을까, 그 시절의 기억은 유난히 오래 남아 있다. 무겁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잘 닳지 않는 기억처럼.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면 여전히 친구의 깨방정에 웃고 싶다.
잘 지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