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평안함이 함께 하시기를
내 삶은 주기가 있다. 화학 시간에 배운 원소 주기율표와 흡사하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원자가 전자 Valence Electrons이다. 음성을 지닌 전자는 가지면 가질수록 다른 전자를 “음성”의 세계로 끌어드린다. 가장자리에 턱 하니 자리 잡고 온갖 반응을 유도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전자 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알칼리 금속 1족과 할로겐 7족이다. 동서남북 2개씩 8개의 전자가 완전체를 이루어 부족함이 없는 비활성 기체가 된다. 이 완벽한 상태를 위해 1족은 전자 하나를 내 버려야만 하고, 반대로 7족은 하나를 얻으려고 바둥 거린다.
이제까지 내 삶을 되돌아보면 하나라도 더 얻고자 발버둥 치던 할로겐 7족이었다. 그것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분별하는 것은 뒷전이었다. 집은 점점 넓혔고, 가방 끈은 있어 보이게 쭉 잡아 늘렸다. 필기구가 넘쳐나도 포기할 수 없는 앙증맞은 디자인은 꼭 하나 더 사서 필통에 채워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비록 지하에서 학생들 공부지도를 한다만, 집에서 입는 후리해 보이는 복장도 있어 보이는 상표를 선호했다. 한 개의 전자를 꼭꼭 채워 8개의 완성을 했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니, 결국은 “음성”의 원자가 전자를 억지로 하나씩 덧붙여 나 자신을 더 옭아 맨 듯하다.
앞으로는 1개의 전자를 훌훌 날려 보내는 알칼리 금속 1족이 되련다. 떨구어낼 때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비워 냄으로써 얻어지는 풍성함을 누리련다.
비활성기체는 영어로 Noble Gas 라 불린다. 그 자체로 완벽해서 주변에 휩쓸리지 않는다. 냄비처럼 쉽게 달아오르지도 않고, 격하게 끓어 넘치는 경우도 드물다. 아쉬울 것, 부러울 것이 없고, 그 자체로 충만하게 채워져 있어서 요동치는 법 또한 없다.
2024년, 때로는 내게 독이 되었던 “음성” 전자를 하나씩 내어 줌으로써 내 삶이 고귀한 평안함에 이르기를 소망한다.
추신: 2024년 새해, 제가 섬기는 찬양대 전통을 따라 한복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연중행사처럼 교회 로비에 걸린 배너 앞에서 1월호 달력 포즈를 취해 보았습니다. 갑돌이 갑순이 나이를 합해 100살이 넘는, 우스개 소리로 무서울 게 없는 5학년이 되었습니다.
첫 줄을 쓰고, 전혀 다른 주기율표 글을 쓰고 보니, 내용이 너무 어이가 없는 것 같아 혼자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속으로, 망했다! 를 연발했습니다! “망했다, 망했다, 시커먼스, 시커먼스!” 이봉원 개그맨의 옛날 유행어를 쓰고 보니, 더 망한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어이없는 글도 한번 웃어주시는 자비함이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랜만의 글과 사진에 넘치는 사랑과 댓글 좋아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 Noble Gas의 고귀한 평안함이 함께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