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 돌처럼

by 서재진

2018년 봄 새로 이사 온 집 지하는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이 허름해 보이는 문으로 복덩이들이 드나든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환하게 오는 학생도 있고, 어떤 날은 슬픔과 걱정의 눈물이 한가득 고인 체로 들어서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 Suh Academy 정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기울어진 경사 때문인지 닫히질 않았다. 부엌을 기가 막히게 잘 고쳐주신 정사장님께 부탁드려 닳은 끝부분을 자르고, 연결하는 경첩을 새로운 것으로 바꿨다.


한 동안 문제없다가 하루는 강풍에 문이 안으로 겹쳐 열리지 않았다!


어쩐다, 전체 공개용인 우리 집 지하만 빼고 위층은 엉망인데!


하는 수 없이, 공부를 마친 아이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한 뒤 1층 현관까지 배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문을 다시 고친 후, 나름 대책을 세워보았다.


바람 부는 날 굵은 노끈으로 담벼락에 묶었다. 이가 가려운 다람쥐가 끈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궁리 끝에 리뷰가 좋은 문 받침대를 사서 끼웠다. 모양은 기가 막히게 잘 맞는데,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이것 역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납작한 돌이 눈에 들어왔다. 보기에는 얇아 보이지만, 제법 무게가 있어 문을 지탱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문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무게였다. 그 무게는 지구 한 중심으로부터 끌어당기는 든든한 중력이 뒷받침해주고 있었고.


뼛속 깊은 깨달음이 왔다.


불같은 유혹을 견뎌왔다 착각했던 불혹 끝자락에 난 몹시 흔들렸다. 강풍은 말할 것도 없고, 스치듯 지나가는 휘파람에도 휘청거렸다.


구조적인 모순인 줄 알았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둘러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턱없이 얄팍한 내 무게 중심이 문제였다. 그래서, 갈대보다 더 심하게 흔들렸던 것이다. 그 와중에 완전히 꺾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올 한 해, 내 안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변치 않는 지구 중력으로 휘청 거리던 뒷문을 잡아 주던 납작 돌처럼, 나 역시도 크신 분께 납작 붙들려 세상 유혹에도 요동치 않는 평안함에 이르기를 소망한다.



지천명 즈음에 3.jpg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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