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다

도서관을 지키는 학생들 A.D. W. Library at Cornell

by 서재진

새벽예배 후, 집에 들러 책가방 챙기고 옅게 화장한 후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오전 8시 15분부터 45분까지 짧게 Nutrition Department에서 하는 영어 기도 및 성경모임에 참석했다. 개인 영어 회화 선생 따로 두고 발음 교정 및 말하기 연습할 수 없다면 되도록 미국인과 많이 만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본토 영어 발음과 억양을 익히고 싶었다. 더군다나 내가 섬기는 하나님께 영어로 기도하고, 삶을 나눈다는 것은 바쁜 아침 일정에 짐이 아니라 활력소이기에 무리 해서 참석 했다.


45분경에 나와 곧장 9시 5분에 수업이 있는 건물로 냅따 달렸다. 키가 작은 고로 난 맨 앞자리에 겨우 자리 맡았다. 앞자리 선호하는 이유는, 행여나 덩치 커다란 흑인 아이들이 내 앞에 앉는 날은 거의 필기를 포기한다. 그 큰 덩치로 칠판을 가려서...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지난번 tutoring 시간에 마주친 적이 있던 흑인 아이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수다 떨었다. 알고 보니 학부 학생인데, 나랑 같은 과 Food Science이다. 그 아이가 하는 말이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났다는 거다. 오늘 배울 부분이 chap 4인데 미리 예습하느라고. 수업 전에 읽어야 할 부분을 다 읽기 위해 새벽에 일부러 일찍 일어나 공부 했다는 거다. 뜨아~ 정말 하나같이 말해보면 학부 학생이건 대학원 학생이건 정말 공부 열심히 해서 난, 항상 도전받는다.


내일 토요일 7시에 청년부 찬양시간과 성경공부가 있는데, 내가 피아노 치며 찬양 인도하고 매주는 아니지만 거의 격주로 바이올린을 켜며 같이 인도하는 교회 청년부 동생 인엽이와 오늘 밤 10 시 음대 건물인 링컨 홀 로비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늦은 밤에 만나는 이유는 처음엔 나도 납득이 되질 않았다. '아니, 그런 야심한 시간에? ' 나중에 인엽이가 말해주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금요일 제일 늦게까지 문을 여는 도서관이 Uris library 한 곳인데 밤 10까지 그곳에서 공부하고,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는 그 이후의 시간에 찬양연습을 하자는 것이었다. 중간에 연습하고 다시 도서관 들어가면 공부의 맥이 끊기니까...


인엽이는 이번에 새로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들어온 신입생인데 나한테 하는 말이, 하루에 10 시간씩 공부한단다! 그래도, 수업 시간에 Cover 해야 하는 범위 따라가지 못한다고 끌탕이다. 방금, 찬양연습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걸어오고 인엽이는 가건물에 들려서 공부를 더해야 한다고 그리로 향했다. 시간이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점심시간에 집에 잠깐 들러 밥을 먹고 도서관에 가면, 중간에 시간을 허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젯밤에 잠을 조금밖에 못 자서 피곤했지만 Olin library 카페에서 간단하게 빵으로 요기하고 그냥 죽치고 앉아 Olin Library 가 문을 닫는 오후 6시까지 공부를 했다. 뒤통수가 뻐근하고, 눈이 퀭하니 쑥 들어가 온몸 구석구석 피곤함으로 절절히 배어있었다.


오늘도 주중처럼, 자정이 아니라 이른 감이 있지만,


"Library is closing in 5 minutes"


라고 말하는 도서관 직원의 말을 들으면서 오후 6시에 도서관을 나왔다. 파티하는 분위기로 들떠 있는 불 금요일 오후 도서관 고정석을 치키며 밤낮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오늘 새삼 더 도전을 받았다. 여기 온 지 2년이 지나고 3년째 되는데 이제야 이걸 느꼈다니, 그래도 내일이 아닌 지금 깨달았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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