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가 대신해줄래?

by 서재진

신혼의 단꿈을 꾸던 나와는 달리, 남편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 같았다. ‘배우자 이상형’과 사는 것이 녹록지 않은 것일까? 수심이 가득한 남편에게 물었다.


“요새, 힘든 일 있어? 누구야, 여보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나 말고 다 나오라고 해!”


오랫동안 해왔던 일이 요새는 버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여보, 지금 하는 일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하고 비전이 맞아?”


“아니… 난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지금 은행 본사 업무는 자산관리 쪽이라 다르지.”


“그럼, 목숨을 걸고 따르고 싶은 리더가 있어?”


“아니… 계셨는데 다른 주 은행장님으로 가셨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재미있어?”


“아니…”


“에이, 그럼 답이 나왔네. 너무 오랫동안 일했어. 사직서 내자.”


“그래도 내가 명색이 가장인데, 일을 해야지.”


“괜찮아, 여태까지 일만 했으니까 이제 내가 할게. 뭐든 하면 되지. 우리 내일 새벽 예배 나가서 기도하고 결정하자.”


새벽에 일찍 일어나 예배 후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내 손을 잡아당긴다. 단상 앞으로 나가 기도하자고 한다. 그렇게 둘이 무릎 끓고 기도를 했다. 나는 마음의 평안이 생기면서 왠지 모를 자신감마저 생겼다. 예배당을 나오면서 내가 말했다.


“난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기도 응답받은 것 같아. 여보는?”


“나도.”


“그럼, 오늘 사직서 내자!”


그런데, 남편이 머뭇거린다.


“왜, 하고 싶은 말 있어?”


“사실, 난 그만둔다는 말을 못 하겠어.”


“그럼, 어떻게?”


“여보가 대신해줄래?”


“뭐라고?”


추신: '다정한 콘셉트'의 결혼식 야외 촬영 사진을 올립니다. 결혼 후 8년 지난 어느 날, 하얀 원피스를 꺼내 입고 외출을 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묻습니다.


"여보, 이거 어디서 났어? 어느 집사님께서 주셨어?"


"벽에 걸린 사진 봐봐. 결혼식 야외 촬영 때 입은 거잖아!!! 야외 촬영 누구랑 한 거야, 도대체~!"


항상 감사합니다!

마흔 즈음에 1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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