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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24. 2021

01 그래!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강아지 입양한 날


휴직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던 딸이 갑자기 펫 샾을 가자고 했다.

 시바견 강아지가 너무나  귀엽다고 한 번만 보러 가자고  졸라댔다.     

한편으로는 귀찮았지만  마침 시간도 있어서 그러자 했다. 

그리고 내심 조금은 너그러운 엄마이고 싶었나 보다.

“입양도 아니고 보기만 하자는데 내가 그 소원 하나 못 들어줄 엄마는 아니지”

“그런데 하필 이름이 시바일까? 
  혼자서 속으로 생각을 하면서 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시바 견은  분양하는 곳이 많지는 않아서  분양한다는 곳을  찾아서 가야 했다.     


우리가 찾은 펫 샾 안에는 삼단으로 케이지가 쌓여 있었고 

거기에는 작은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들어있었다.

다행히도 그곳에는 유일하게  까만색 시바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케이지 안에 엎드려 자고 있던 밤이


찾던 시바견이 있다는 안도감과 시바견에 대한 호기심으로 아이를 보고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그 녀석은 사람의 인기척에도 아무 관심이 없는 듯 머리를 반대편 

으로 하고 엎드려 자고 있었다. 


우리가 그 녀석에게 관심을 보이자

그곳 직원은 케이지를 열어서 조심스럽게 자고 있던 녀석을 꺼내 우리에게 안아보라고 주었다.

자다가 깼는데도 놀라지도 않고 아무 소리도 없이 우리 품에 잘도 안겼다.     

 강아지를 안아보는 순간 그 직원이 우리에게 반칙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이를 안아보는 순간 

녀석을 케이지로 다시 돌려보내는 게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딸은 그 녀석을 한 번 안아보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아 어쩌면 좋지”?

“너무나 귀여워 ”

딸아이의 반응을 본 그곳 직원은 신이 나서 열심히 입양을 권하면서 설명을 해댔다.

“이 아이는 낮에도 다른 사람이 보고 갔는데 그 집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어요.  

아마 지금 결정을 안 하면 그 집에서 분양을 해 갈 것 같아요”

딸아이에게 안겨있던 밤이

이건 뭐 협박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우리 딸은 홈쇼핑 마감 직전 앞에 고객 같이 나를 초조하게 바라보더니

“이 아이는 우리가 꼭 데려가야겠어.”

그냥 그 길로 우리 딸은 입양을 결정했고 나는 거기에 동의했을 뿐이고 남편에게는 전화로 통보를 했다. 

'강아지를 입양했다고...'

남편은 놀램과 부담스러움이 섞인 묘한 한숨을 전화기 너머로  뱉어냈다.

“하이고...”     

나와 딸은 일을 저지르고 아들을 펫 샾으로 불러들였다.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은 너무나 좋아했다.

최근 들어 기분 좋은 일이 없었는데 너무나 행복하다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면서... 너무나 좋아했다.

그때 그렇게 좋아하던 아들은 후에 녀석의 군기 반장을 자처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과 같이 간단한  입양 절차를 밟고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집에 도착한 우리는 펫 샾에서 챙겨준 얄궂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꽃분홍색 울타리를 

거실 한편에 세우고 그 안에 패드를 깔고 아이를 넣어두었다.

그 녀석은 꽃분홍색 울타리에 안에서 코로 냄새를 맡아가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노래를 부르거나 박수를 쳐 주면 울타리를 그 통통한 배로 통통 튕기면서

 박자를 맞추기도 하고 씩씩대면서 우리를 쳐다보고 울타리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분홍 울타리 안에서 배를 튕기면서 서 있는 밤이 

우리 가족은 꼬마 강아지에게 뭘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 너무나 몰랐다.

그냥 “너무 귀여워”라는 말과 “어떻게 하지?”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피로감이 쌓여갔다.

그날 저녁은 가족이 다 같이 흥분의 도가니였다.

한편으로는 즐겁고 한편으로는 그 어린 강아지에

대한 묘한 두려움 같은 게 살짝 지나가기도 했지만 행복한 저녁이었다.     

거실 한편  꽃분홍색 울타리 안 담요에 아이를 두고는 방에 들어와 잠을 자려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들뜬 마음이 가라앉고 나니 한꺼번에 걱정과 염려가 밀려들어왔다

.“너무 충동적인 결정이었나?”  “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과 걱정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아서 이리저리 뒤척였다.


                   하지만 지금 걱정한들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래,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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