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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24. 2021

05 밤이는 또 다른 언어가 되었다.

                   새로운 세계에 입문을 하다. 



밤이의 4차 예방접종이 끝났다.

 이것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밤이의 공식적인 첫 산책이 허락되었다는 걸 뜻했다.

매뉴얼에 충실한 우리 가족은 공식적으로 수의사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기에  밤이를 데리고 나가는 첫 산책에 모두 들떠있었다.     


평소 주말의 오전 같으면  주말에만 느낄 수 있는 느긋한  나른함 때문에 

같이 공원에 산책을 가자는 남편의 제안을  매번 거절하곤 했었다. 

그런데  밤이의 첫 산책 앞에서는 휴일 오전에 느끼는 그 기분 좋은 나른함과 게으름 조차도

나를 막지 못했고 아직은 쌀쌀한 아침 날씨 때문에 옷을 두껍게 챙겨 입어야 하는 귀찮음마저도

 물리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났다.     

첫 산책 준비가 끝난 밤이

작은 시골마을에 잔치가 벌어진 듯 

밤이를 데리고 나가는 휴일의 산책은  우리 가족을 흥겨움으로 들뜨게 했다.

밤이를  안았다가 걸렸다가 하면서 우리 가족은 

신이 나서 산책길에 나섰다.

집에서 잘도 돌아다니던 강아지였기에  밖에서도 

걷는 게 당연한 건데 

마치 어린애가 첫걸음마를 떼는 양 시종일관 밤이를 향해서 환호를 해대면서 따라갔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귀엽다고 하면 우리 남편은 너무나 자랑스러워하면서 대답을 했다.

“시바견이고요. 5개월이고요 , 이름은 밤이 예요”

물어보지도 않은 질문까지 대답을 해댔다.

밤이도 모든 게 다 신기한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피면서 잘 따라왔다.     

이렇게 들뜸과 흥겨움으로 시작된 밤이의 첫 산책은 한창 꽃들이 봉우리를 터트리기 시작하는 3월 말이었다.   밤이가  산책하는 시간들이 벚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계절로 변해가고 있었다.     

너무나 작고 귀여운 강아지는 이제 발을 떼는 아기에게도 그리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도 

 나이 드신 어르신에게도 한 숨을 내 쉬게 할 정도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유난히 벚꽃이 많은 우리 동네에 하얀 꽃잎이 날리는 그곳에서 까만 강아지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벚꽃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밤이

 산책을 나온 다른 강아지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고 

강아지를 예쁘다고 보러 오는 사람들과는 일면식이 없어도 쉽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과는  금방 유쾌한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더구나 같은 시바견을 키우는 견주를 만나면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한 친구처럼 

서로 이야깃거리가 많았고 너무나 반가웠다.

사실 시바견들은 자기들끼리는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은 편인데 사람인 우리 쪽에서 

더 반가워 난리가 나곤 했다.

그러다가 우리끼리 이야기가 길어지면 기다림을 참다가 지루해진 각 집의

강아지들은 심드렁하게 길을 재촉하곤 했었다.    


산책이 반복되면서 동네에 눈인사를 하고 지낼 정도로 익숙한 얼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 얼굴보다는 강아지를 먼저 기억한다는 게 맹점이긴 한데 말이다.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해도 서로의 강아지는 기억을 하고 친분을 이어가곤 했다.

이 만남들은 우리 생활에 꽤나 활력이 되었다.

서로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같이 공감을 했고 그러니 서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낯설었던 이 동네가 마치 오래전부터 살았던 익숙하고 친숙한 

동네처럼 느껴졌다.        

닟가림이 있는 우리 부부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이렇게 신나게 떠들 수 있는 것은 밤이 때문이었다.     


벚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계절에  밤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언어가 되어주었다.
이 새로운 언어는 우리에게 새로운 소통의 세계를 열어 주었다.



 우리 가족에게 밤이는  말썽 많은 단순한  강아지 한 마리가 아니고

 점점 우리 속에 영역을  넓혀가는 신기한 존재감을 가진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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