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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30. 2022

의지박약 한 58세의 미니멀리즘

그래 어디 끝까지 가보자. 버리자고

나에게 의지력이란  바삭 말라서 살짝 손만 대어도 바스러질 것 같은 잎사귀같이 힘이 없는 성품이다.

 이렇게 약하디 약한 의지력으로 나는 내 인생을 살아왔다. 

이런 내가 지금껏 지내온 것은 누군가의 은덕이다. -노엘-



물건만 버리면 곧 미니멀리즘의 유토피아 들어가리라는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품이 되었다.


 몇 년째 나의 미니멀리즘은 답보상태였다.

여전히 내 삶은 미니멀하지 않고  여전히 하루에 많은 시간을 정리정돈에 몸 받쳐서 헌신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매번 결심을 했다.


"정말 버린다. 다 버린다. 끝까지 가보자 그리고 정말 단순하게 살 거다"

내가 미니멀리즘의 유토피아에 꼭 가고 말리라!!!!!!


하지만 그런데 정말 쉬울 것 같던 버리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버리기를 하면서 결정장애가 뭔지 정확하게 알아버렸다.


물건을 아까워하는 나의 소유욕과 

물건들 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들 때문에

 언젠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아직은 쓸만한 물건을 버려야 하나 하는 죄책감까지 곁들여지면서

 버릴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일이 정말 무슨 대학 입시처럼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거기에 버린 물건의 수는 쇼핑해 온 물건의 수를 매번 못 이겼다.


이러니   물건의 양은 마이너스가 안되고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유지... 유지라는 단어가 원래 참 좋은 의도로 사용되는 건데...


어지러운 꼴은 못 보겠는데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하고. 사는 것도 못 멈추고

그러니 정리 정돈의 노예에서 벗어나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미니멀리즘의 유토피아는 매번 물 건너갔다.



나에게 미니멀리즘이란  정말 실현 가능한 삶의 형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는 잘도 실행하는 일이 나에게는 신기루 같은 삶의 형태였다. 

버리기 하나 성공적으로 수행을 못하다니 세상에 쉽고 거저 되는 일은 없나 보다.



p.s 미니멀리즘은 다이어트와 평행이론 같지 않나?

     이러니 내가 맨날 실패하지... 다이어트나 미니멀리즘이나.

     내 살도 버리질 못하더니 물건도 못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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