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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Jul 06. 2020

음악치료사의 코로나 극복기 3

나는 어떻게 코로나에 걸렸을까?

지난 이야기들이 환경적인 요소에 의한 부분을 다뤘다면, 이번엔 나를 되돌아보며 왜 내가 코로나에 걸렸는지,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파헤쳐보았다.


"경로를 찾을 수 없습니다"


GPS에 뜨는 메시지처럼,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걸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뭐든 해내는 천하무적 슈퍼우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체력도 좋지만 그것보다 의지도 강하고 정신력이 더 좋아서 나는 절대 코로나 따위에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건강한 사람들은 무증상이나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고 하지 않는가.


가장 기본적인 손 씻기. 뜬금없지만, 우리 아빠는 결벽증이 있다고 생각될 만큼 청결을 중요시하고 유지하는 사람이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아빠의 영향으로 내방은 난장판일지언정 언제 어디서든 청결을 유지한다. 하루에 18번 이상 손을 씻는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누구보다 정직하게, 손을 40초 이상 흐르는 물에 빡빡 씻었고, 외출 시 마스크와 장갑도 항상 착용하고 다녔다.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모자를 쓰거나 머리 부분마저 꽁꽁 싸매는 히잡 패션을 고수했다. 가장 기본적인 손 씻기는 양심에 손을 얹고 누구보다 잘 실천했다.


자, 지금까지는 내 쓸데없는 자랑 및 잘한 것만 나열했고, 진실은 이렇다.


첫째,

먹는 건 대충 먹었다. 영양가가 있든 없든, 배를 채우면 그만이었다. 사 먹거나,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었고 나는 라면을 상당히 좋아한다.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되는 나머지 3분 카레 같은 빨리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했다.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하는데, 자취생인 나는 그런 걸 따질 여유도, 요리에 취미도 없었기에... 대충 끼니를 때웠다.


둘째,

비타민도 잘 챙겨 먹지 않았다. 엄마가 영양제와 비타민을 직접 사다 주셨는데도, 하루 이틀 챙겨 먹다, 등한시했다. 그동안 안 먹고도 건강에 문제없이 잘 살아왔다. 의존하지 않을 테야 하는 얄팍한 고집스러움과, 평소 알약을 먹는 걸 워낙 싫어하기 때문에 더 손이 안 갔다. 어려서부터 목에 걸린 적이 많아서, 알약을 삼키려면 마음에 준비를 하고 먹어야 한다. (요즘은 깨물어 먹거나 젤리로 나온 비타민을 마구마구 섭취 중)


셋째,

나는 원래 운동을 꾸준히 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새직장과 퇴근 후 집 방문까지 해서 개인 음악치료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깨져버렸다. 겨울은 한없이 몸을 웅크리며 그냥 겨울잠을 자고 싶은 계절이다. 밑도 끝도 없이 게으름을 피웠다.


넷째,

나는 아니겠지, 안 걸리겠지 하는 근자감. 건강한 생활과 몸에 좋은 걸 다 때려 부어도 시원찮을 판에, 나는 내 면역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1도 하지 않았고, 그저 혹사시켰다. 아플 땐 쉬어줘야 하는데,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일터에서 내 한 몸 다 바쳐 쓰러질 거야'하는 어리석은 신입사원의 패기 아닌 패기로 객기 부렸다. 정작 다른 사람들은 챙기되, 내 몸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뭣이 중한지 사리분별 못하는 애송이일 뿐이다.


이러고 보니 정말 몸에 도움 안 되는 것들만 골라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엄마 말마따나 "너 하는 거 보니 딱 코로나 걸리게 생겼다." 호텔 격리에 백기를 들고 집에서 격리 시작한 일주일, 즉 코로나 걸린 지 8주 차 때 엄마가 건넨 말이다. 산책 겸밖에 나가자고 하는데 거절해서. 나가지 않은걸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덕분에 빨리 나은 편이다. 가만있어서. 앞으로 어디 가서 슈퍼우먼이니 그런 소리 안 해야겠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건강하다고 할지라도, 어떤 경로로 어떻게 코로나를 걸렸는지 모르게 누구나 다 걸릴 수 있다. 아무리 꽁꽁 싸매고 다녀도 언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른다. 접촉이 없더라도, 확진자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균이 옷에 묻을 도 있고. 아무쪼록 웬만하면 사람들이 접촉도 피하고 밖에 안 나갈 수 있으면 안 나가는 걸 권한다. 나와 같이 필수 업종에 속하는 사람들은 정말 목숨 걸고 일한다. 정말 아프지 않은 이상 일을 빼기도 힘들고, 인력 하나하나가 너무나 귀하다.


비록 내 몸은 경로 이탈하고 한참을 헤매었지만, 겪어 본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당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내 몸은 여전히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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