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와서 참 보기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초등학생 나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함께 볼 때다. 우리나라는 '노 키즈 존'이다 뭐다 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캐나다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 기가 막히는 차별에 혀를 내둘렀지만 막상 한국에 놀러 가서 유모차 부대와 어린아이들 부대를 경험하고 나니 솔직히 '노 키즈 존'을 마냥 반대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이 곳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모를 보는 게 아무렇지 않은 것을 떠나 되려 흐뭇해지기까지 하는 이유는 캐나다의 가정교육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왜 이 곳 사람들은 말이라도 항상 친절하고 (실제 성격이야 모를 일이다) 남을 잘 존중하고, 배려심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부모들의 말과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해소가 되었다.
아이가 내게 주문을 하기 위해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말했다. 나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아이 뒤에 서 있던 엄마로 보이는 아줌마가 아이에게 'Please'라고 말하자 아이가 그제야 'Please'라고 덧붙였다. 아이에게 메뉴를 가져다주었고 '맛있게 먹으라'라고 했는데 아이가 아무 말이 없었다. 다시 아줌마가 아이에게 'Thank you'라고 하자 아이가 내게 'Thank you'라고 했다.
가족이 다 같이 밥을 먹을 때도 아이라고 해서 대화에 끼워주지 않거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자유롭게 본인들의 의견을 말하며 다 함께 대화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다. 물론 사춘기의 십 대 중후반이 되면 부모 말을 듣지 않고 한편에 앉아 핸드폰으로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을 수도 있지만 불량 청소년(?)이 아닌 이상 계속 그러고 있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그리고 이런 캐나다식 가정교육을 의도치 않게 하게 되었다.
캐나다에 온 지 4년 만에 한국에서 부모님이 2주 일정으로 오셨는데 엄마는 한국 밖으로 나온 게 처음이었고, 두 분 모두에게 서구 문화권은 처음이었다. 영어를 못하시는 두 분에게 내가 가장 먼저 당부한 것은 언제나 'Thank you'와 'Sorry', 즉 고마워와 미안해를 항상 말할 것. 식당에서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다주면 언제나 땡큐! 길에서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힐 뻔하면 쏘리~
그리고 다 같이 밥 먹을 때 핸드폰 보지 않기. 우리는 거의 2년 만에 만났으니 더 많이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빠는 자꾸 핸드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여행지에 와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느라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여기 문화에 적응해서 그런지 한국에 갔을 때도 밥상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아빠를 보고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아빠는 나를 '시어머니'라고 부를 정도로 평소에 아빠에게 잔소리를 자주 하는 편인데, '어떻게 자식이 부모에게 잔소리를 할 수 있냐'라고 하기에 우리 아빠는 너무 철이 없다.
아무튼 이 곳 문화를 모르는 부모님이 오시면서 이 곳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상 동양인' 특히 '무례한 동양인'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일종의 '역교육'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곳 사람들의 이런 가정교육 방식이 참 좋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기본적인 예의를 끊임없이 배우기 때문에 자연스레 몸에 베여서 '캐나다 사람들은 친절하다'라는 좋은 국제적 이미지가 생긴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