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이스 Jan 30. 2020

이민국가 캐나다의 인종차별

내가 겪은 캐나다

캐나다란 나라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민국가'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더 이민을 오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국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자본주의 국가'라고 말할 정도로 자본주의가 미국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캐나다는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가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캐나다에 살면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캐나다도 역시 똑같구먼' 하듯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른 나라에 가서 한 번 살아봐'라고 말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캐나다엔 인종차별보단 언어 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단순히 동양인이어서 차별하는 경우보다는 그 사람이 영어를 못하면 무시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백인들이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속으로 동양인을 꺼리고, 무시하는 것까지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설사 본인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겉으로는 절대 표현을 못 하는 사회가 캐나다 인 것이다.    


내가 그 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 이상, 이민을 갔을 때 가장 이민자로서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국가, 차별이 적고 안전한 사회. 그것이 이민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기준이 되지 않을까? 캐나다에 살면서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갔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오래된 건물들과 길, 옷을 잘 입는 사람들, 그들의 언어와 음식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나를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 주었는데, 그곳에 반해 황홀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내가 생각한 것은 '아, 여행객으로선 좋지만 이민자로선 캐나다보단 힘들겠다'였다. 얼마 후 캐나다로 돌아와 내가 여행한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멋있고 좋았는지에 대해 실컷 떠들고 있는데 부모님이 러시아에서 이민을 온 친구가 대뜸 '하지만 거긴 이민자들이 살기에 캐나다 같진 않아'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에 '캐나다로의 이민은 잘 한 선택'이라며 나 스스로를 위안한 일이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이민국가가 아니다 보니 애초에 사회 구성원 속 이민자 수가 적고, 그래서 이민자들의 힘이 세지 않고, 최근의 난민 문제까지 생기면서 배타적인 분위기의 사회가 된 듯하다.


그렇다면 캐나다엔 차별이 없는 편일까? 사실 불어를 쓰는 퀘벡주에선 인종차별보다 언어 차별이 더 심한데 한 번은 몬트리올에서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동양인 여자애와 백인 남자애가 길에서 싸우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 물을 것이다. 동양인 여자애는 불어로 백인 남자애는 영어로 설명을 하면 영어와 불어 모두 알아듣는 몬트리올 사람들은 불어를 사용하는 동양인 여자의 편을 들어줄 확률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영어를 사용하는 주에서도 영어를 못 하면 그 사람의 인종이 어떻든지 간에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밴쿠버에서 지내다가 토론토를 방문하고, 토론토 사람들은 너무 빨리 말한다며 '인종차별'을 경험한 듯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동양계 캐네디언이 워낙 많기 때문에 외모만 보고 '저 사람이 영어를 못 하겠지. 그러니 내가 천천히 말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종차별'이다. 한 번은 파티에서 다짜고짜 나에게 '너 영어 잘한다'라고 말한 남자가 있었는데, 이 남자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지도 않고 칭찬이랍시고 대뜸 나에게 영어를 잘한다고 했다. 내가 '너도 영어 잘한다'라고 하자 그는 '난 캐나다 사람니까'라고 말하길래 '나도 캐나다 사람이면 어쩌려고?'라고 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국이나 동남아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이 내가 한국인이라고 했을 때, '근데 너 영어 잘한다'라고 한 것은 칭찬이었지만 이 경우는 무례했다.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은 동양인이라고 영어를 못 할 것이라 단정 짓지 않는다. 부모님이 홍콩에서 캐나다로 이민 와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 친구는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자들을 만날 때마다 캐나다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지만 북미에서 온 백인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의아해한다고 했다. 내가 동남아를 여행했을 때 만난 미국인들은 대화를 조금 나눠 본 후 나에게 '넌 어느 state에서 왔니?'라고 물었고 당황하는 내게 '너 미국에서 온 거 맞지?'라고 하기도 했다.  


나는 밴쿠버에서 종종 돈 많은 중국인쯤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으며 (백인들은 동양인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심지어 백인 아저씨에게 '인종차별주의자' 란 말까지 들어 보았다. 

그렇다. 이 곳 캐나다는 본인이 백인이라 차별받았다고 생각한 백인이 동양인에게 '넌 인종차별주의자(racist)야!'라고 소리치는 나라, 진정한 이민자의 나라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백인들도 결국은 모두 이민자의 자손들이다.) 그렇다고 '인종차별이 아주, 전혀, 절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집트에서 온 내 친구의 경우 토론토에 있다가 알버타로 갔을 때 종종 무례한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 스트레스받곤 했다. 어디를 가나 도시보단 시골이 보수적이고 느리다. 캐나다 또한 내륙 도시들은 더 큰 차별이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민자로서 처음부터 좋은 일을 구하거나 회사에서 승진을 하는 일은 힘들긴 하다. 이 곳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력서에 성이 외국어일 때 면접 기회를 잡지 못할 확률이 크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본인보다는 본인의 자식들을 위해 이민을 오는 경우가 더 큰 것 같다. 캐나다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며 언어 문제만 해결한다면 처음 이민 올 때 꿈꿨던 삶과 가장 가까운 삶을, 그들은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