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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Jan 22. 2024

잘하는 것 VS 좋아하는 것

흔히들 말한다. 본인이 잘하는 걸 해야 할까요? 좋아하는 걸 해야 할까요? 나는 언제나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성격상 내가 좋아야지 하고, 가고 싶어야지 가고, 만나고 싶어야지 만나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부모님도 뭘 하라고 억지로 시키고 강요하지 않으셨다. 근데 이상한 건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는 것에 올인한 기억도 없다는 것.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 사람 밖에 못 되고, 이거밖에 이룬 게 없나' 싶은 생각이 종종 들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했을 때 즐겁고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당연히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었다. 잘하니까 좋아하게 된 거고 좋아하니까 더 잘하게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냥 문과였다면 더 좋은 대학을 갔을 텐데 음악을 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수많은 레슨비를 날리고도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 했다. 잘할 수 있거나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나는 나만의 길이 따로 있다고 믿었으므로 무시했다가 아직도 사회 초년생 월급 정도 벌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는 일에 올인을 해 본 기억도 없다. 언제나 기본은 하기 위해 남들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이란 걸 하고,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았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음악에 올인을 해도 될까 말까 하니 그 정도 열정과 의지는 있어야 한다고 했고, 작가 교육원에 갔더니 작가가 되는 첫 번째 방법은 직업을 구해서 일을 하는 거라며 절대 생업을 놓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결국 죽도 밥도 안 된 느낌이 든다. 내가 만약 그때 쥐꼬리만 한 월급을 포기하고 올인했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내가 만약 그냥 백수로 살아도 눈치 보이지 않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진짜 만약에 내게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을 만큼 재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좋아하는 일이 곧 잘하는 일이었다면 어땠을까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잘하는 것을 할까요? 좋아하는 것을 할까요?라고 묻는다면, 이만큼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는 돈벌이로는 잘하는 것을 하고 취미나 부업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래서 출근하면 능력을 인정받고, 퇴근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하고... 

근데 또 삶이 이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 좋은 월급을 받기 위해선 좋아하는 일을 포기한 채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퇴근하면 좋아하는 일이건 뭐건 그냥 쉬고 싶다. 좋아하는 일이 본업이 되면 마냥 좋지만도 않을 것이다. 뭐 하나 정답은 없고 맞는 길은 없는 것 같다. 


나는 현재 인생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것에 올인하기 위해 7월 초 퇴사를 계획 중이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겁이 많은 나는 당당하게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언제나 어중간하게 두 다리를 걸쳐 왔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흠뻑 젖어 보고 싶다. 그다지 쌓아 올린 커리어도 없기 때문에 그냥 그만두면 된다. 한 6개월, 1년 쉬고 다시 일을 구해도 지금 받는 월급은 받을 수 있단 확신이 들자 드디어 용기가 생겼다. 피치 못 할 개인적인 사정으로 6월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 시간이 빨리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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