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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Sep 06. 2024

5. 그와 나의 다른 점 10가지

지극히 주관적인 Top 10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라더니. 나와 너무나도 다른, 그냥 다른 게 아니라 정반대인 사람과 연애를 하며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을까?'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들로 인해 크게 싸운 적은 현재까지 없었다. (다른 문제로 싸운 적은 있었음) 태어나서 가장 안정적이고 오랜 기간의 연애를 하는 사람과 철저하게 정반대일 확률은? 사실 다른 점이 10가지보다 더 많지만 전체 콘셉트에 맞게 10가지로 추려 봤다. 


1. ENFP VS ISTJ

MBTI를 맹신하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어쨌든 사람의 성격과 성향이 대충 어떤 건지 파악하기 쉽게 도와주는 장치임은 분명한 것 같다. 나는 ENFP이고 그는 ISTJ이다. 

나는 외향적이라 나가서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얻고, 그는 내향형이라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서 기를 뺏긴다.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는 현실적이다. 나는 과정을 중시하고, 공감 능력이 탁월하며, 즉흥적이지만 그는 결과를 중시하고, 이성적이며, 계획적이다. 


2. 외동 VS 막내

나는 그가 막내라 '넌 너밖에 모른다!'라고 하고 그는 내가 외동이라 '넌 너밖에 모른다!'라고 한다. 그는 심지어 위로 형과 누나가 있다. 내가 생각할 때 그는 받는 것에 익숙하고, 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어떻게 보면 다 이기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매우 다르다. 


3. 짧은 연애 VS 긴 연애 

나는 연애라고 하기도 뭐 하지만 어쨌든 많은 이성을 짧게 만났다. 최고로 길게 만난 연애가 3개월이었으니 말 다했다. 내가 의도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가끔은 내가...) 이상하게 항상 그 3개월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에 그는 오직 한 사람과 7년을 만났다. 대부분의 시간이 10대 학창 시절이므로 나는 그 정도는 한 4년 정도라고 치면 된다고 가끔 농담을 한다. 


4. 도시녀 VS 시골남

그는 도시를 싫어한다. 한적한 시골에서 사는 것을 지향한다. 반면에 나는 누가 뭐래도 도시녀다. 하우스보다 아파트가 좋고, 자연 경치보다 빌딩숲이 좋다. 도시의 그 생생함, 활기, 에너지가 너무 좋다. 우리는 현재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 둘 다 이동 계획이 있다. 나는 다른 큰 도시로 가기를 희망하고 있고, 그는 다른 중소도시에서 1년 있다가 고향인 더 외곽의 작은 동네로 이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 글쎄... 


5. 사업가 VS 공무원 

나는 틀에 박힌 것도 싫고, 매일매일이 똑같은 것도 싫다. 지루한 것도 싫고, 도전 없는 삶도 싫다. 반면에 그는 예측 불가한 게 싫은 것 같다. 조용하고,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희망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이것저것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며 사업가의 삶을 꿈꾸고, 그는 본인 고향의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삶을 꿈꾼다. 우리의 미래? 글쎄 2... 


5. 비혼주의자 VS 가정적인 남자 

나는 비혼주의자이다. 어릴 때부터 단 한 번도 결혼해서 사는 삶을 꿈꿔본 적이 없다. 그냥 결혼은 나의 인생에 없는 이야기이다. 혹시 한 50대가 됐을 때 결혼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밀 생각이 없다. 반면에 그는 당연한 말이지만 결혼 계획이 있다. 언젠가는 당연히 결혼을 해서 자식들을 낳고,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미래? 글쎄 3... 


6. 과일 극혐 VS 극호

나는 도무지 사람들이 과일을 왜 좋아하는 건지 한평생 이해가 안 간다. 그냥 달고 시고... 왜 먹는 거야? 반면에 그는 과일을 미친 듯이 좋아한다. 안 먹는 과일이 없는 것 같다. 굳이 내 돈 주고 과일을 사본 적이 없는 나 조차도 그를 위해 가끔 할인하는 과일을 발견하면 무조건 산다. 


7. 먹기 위해 사는 사람 VS 살기 위해 먹는 사람 

과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는 식습관도 매우 다르다. 나는 먹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먹는 것에 큰 비중을 두는 사람이다. 일어나서 아점을 먹으며 그날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고, 한 끼라도 대충 가볍게 때우면 우울해진다. 반면에 그는 철저하게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다. 본인이 엄청 좋아하는 게 아닌 이상 몹시 배고파야지만 음식을 입에 넣는다. 양도 작아서 아무리 맛있어도 본인 양보다 더 많이 먹지 못한다. 대신 한 시간만 지나면 또 먹을 수 있다. 연애 초반에는 서로가 너무 이해가 안 갔지만 서로 뭘 먹든 신경 안 쓰기 시작하면서 부딪힐 일은 없어졌다.


8. 동물 불편러 VS 동물 애호가 

나는 동물을 무서워한다. 예전에는 "난 사람을 제외한 모든 동물들을 무서워해."라고 했는데 어쩌면 사람도 포함일지 모르겠다. 캐나다에 살면서 워낙 큰 개들을 많이 보기 때문에 이제 개는 무섭진 않은데 그렇다고 막 가서 만지면서 귀엽다고 하는 정도는 못 된다. 반면에 그는 본가에서 고양이를 키우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고양이를 사람처럼 대하는 듯 싶다. 그리고 모든 동물을 좋아한다. 동물원은 나에게 최악의 데이트 장소인데 그에게는 최고의 데이트 장소이다. 다행히 동물원이 멀어 아직 가본 적은 없다. 


9. 다혈질 VS 침착맨 

나는 좀 다혈질이고 욱하는 면이 있으며, 신경질과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이다. 반면에 그는 놀라울 정도로 그런 게 없고 언제나 감정선이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나는 그런 그가 신기하고 그는 이런 내가 이해가 안 간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라고는 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그가 나보다 더 나은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가 부럽다. 또 같이 있으면서 그처럼 되려고 노력한다. 이런 나의 성격을 그가 비록 이해는 안 가더라도 그의 성격답게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줘서 고마울 뿐이다. 나처럼 다혈질인 사람을 만나면 사랑과 전쟁이다. 어떻게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10. 한국인 VS 일본인 

영어에는 그런 표현이 있다. '마지막인 그러나 덜 중요한 것은 아닌...' 외국 애들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첫 번째로 하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생긴 것 같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가장 나중에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국적이 다름은 우리의 가장 큰 다른 점이자 우리에게 '국제커플'이라는 이름이 붙게 해주는 원인이다.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 본 나로서는 다른 나라보다 일본인이 더 편한 면이 많다. 밥이 주식인 것부터 밥을 아침에 먹어도 되는 것, 간장밥의 단순하지만 깊은 맛을 이해하는 것, 가운데 냄비 하나 두고 나눠 먹는 것 등등... 어째 쓰다 보니 다 먹는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통하는 게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교육과 문화에서 오는 차이가 있고 양국의 관계 때문에 생기는 언쟁이 있다.    


나는 그와의 연애를 통해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만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비록 그가 나와 정반대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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