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는데 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된 것. 한국은 추석 연휴구나. '내가 한국이었으면 지금쯤 엄마를 도와 전을 부치고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명절과 제사에 맏며느리로서 거의 혼자 모든 음식과 준비를 다 하고 있는 우리 엄마. 항상 함께 준비했던 시어머니는 돌아가신 지 벌써 거의 15년이 되어 가고, 결혼을 하지 않은 막내 시동생 때문에 유일하게 한 명 있는 동서는 딱히 엄청 크게 도움이 되는 타입은 아니고, 아들이 없으니 당연히 며느리도 없고, 그나마 하나 있는 딸내미는 비행기를 타고 13시간이나 가야 하는 곳에서 살고 있고...
'음식 가짓수 줄이고, 웬만하면 그냥 시장에서 사고, 집에서 3가지 나물 무치는 거랑 두부만 부치셔라'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매번 알겠다는 말 뿐이다. 다행히 아빠와 막내 삼촌이 전도 부치고, 엄마를 많이 도와주는 것 같긴 하다. 엄마의 시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친할아버지는 연세가 무려 아흔다섯이신데 친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차례상이든 제사상이든 하지 말자 했더니 다들 크게 동의하지 않는 눈치이다. 명절의 목적은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나서 얼굴 보고, 서로 근황 얘기하며 맛있는 음식 먹고 헤어지는 것 아닌가? 왜 굳이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거야. 요즘 같은 시대에.
무튼 가족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하니 부럽긴 했다. 나에겐 조금도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혼자 일어나 핸드폰을 보다가 배고파서 주방에 간다. 함께 사는 하우스메이트 친구들은 이미 출근을 한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겠다고 이것저것 요리를 하고 방으로 가져온다. 노트북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밥을 먹는다. 다 먹으면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만들어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유튜브를 끄고 한글 파일을 열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본인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과 그리움을 안고 산다. 게다가 작가라는 직업이 참 외로운 직업이라는 말이 많은데 난 그 두 가지가 결합되었으니 얼마나 외로울까 싶은데 이젠 익숙해져서 그런지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혼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도 친구도 없는 건 아니니까. 가끔 심심하긴 한데 요즘은 글을 안 쓰는 시간에도 영화 보고, 책 읽고 바쁘다. 최근에는 온갖 종류의 작가 관련 모임, 이벤트를 다녔더니 당분간 집에 있고 싶을 정도이다. 백수 주제에 운동할 시간 없다고 핑계도 댄다. 잠은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평균 9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인터넷에는 해외에서 사는 한국인들이 전을 부쳐 먹었다거나, 한국 떡집에서 송편을 사 먹었다거나, 만두를 빚었다거나, 추석 기념으로 맛있는 걸 사 먹었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반면에 나는 조금도 특별한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대신 부모님께 좀 있다가 차례 지내고 나면 영상통화 하시라고 문자를 보냈다. 할아버지께도 얼굴 보여드리고 인사드려야지. 나보다는 부모님이 더 바빠 평소에 영상 통화를 자주 하지 못 하니까 엄연히 명절 기념이다. 난 놀랍도록 아무렇지도 않은데 부모님은 혹시 명절에 없는 자식에게 서운하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