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교포도 아니고 해외 동포도 아니고 해외 거지란 말이 있다는 것을 듣고 놀랐지만 이내 수긍했다. 한국에서 사는 것이 불만인 사람들은 한국을 떠난 사람들을 그렇게 깎아내려야만 본인들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할 것이다. '괜히 남의 나라 가서 거지 같이 살며 인종차별이나 당하고 사느니 좋든 나쁘든 내 나라에서 사는 것이 좋지'라는 생각도 틀린 생각은 아니다. 다만 해외에서 사는 한국 사람들을 꼭 그렇게까지 나쁘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 심지어 해외에서 돈을 더 잘 버는 사람들은 '거지'도 아니지 않은가. 무튼 외국 사는 한국 사람들 글 좀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글을 봤다.
그 바로 반대쪽에는 해외에서 살면서 끊임없이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까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 있었던 어떤 일에 대한 글에 '여긴 그러면 불법인데, 한국은 아직도 그래?'라는 식의 댓글을 단다. 나는 그 댓글에 답글로 '다른 나라 어떤지 안 물어봤는데요?'라고 달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다. 괜히 싸우자는 꼴이니까.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삶을 선택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한국을 욕하며 '역시 나는 떠날 수밖에 없었어. 역시 나는 이곳에서 행복해'라며 자위하는 듯하다.
나 역시 '내가 한국을 떠난 이유'라든가 '한국이 싫은 10가지 이유' 같은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기도 했지만 결국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다. 내 나라는 나만 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한국에 가고 싶은 이유'라든가 '한국으로 다시 역이민 하는 이유' 같은 글도 올린다. 어디에서 살던 장단점이 있다. 본인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더 부합하는 곳, 본인의 마음이 더 편한 곳에서 살면 된다. 아무도 한국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붙잡은 적 없고, 한국 밖으로 내쫓은 적도 없다. 다 개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비슷한 이유로 요즘 한국에선 결혼해서 애를 낳고 키우는 기혼 여성들과 미혼 여성들이 서로를 혐오한다. 내가 볼 때는 본인의 선택이 옳았음을 끊임없이 상기하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을 까내리면서 자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을 사는데 옳고 그른 선택이란 게 있을까? 범죄를 저지르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한 게 아니라면 잘못된 선택도 선택의 실패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더더욱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을뿐더러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을 배척할 필요도 없다.
지구 반대편인 이곳은 각자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한다. 너는 너. 나는 나. 어떻게 보면 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본인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개인주의인데 그렇다고 이기적이진 않다. 서로 비교하지 않는 것이 좋고, 자존감이 높아서 괜히 다른 사람 때문에 자격지심이 생길 이유도 없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항상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말하는 것일 뿐 백 프로, 모두가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튼 누군가 나를 '해외 거지'라고 부른다면 나도 '그러는 너는 한국 죄수냐?'라며 한 마디 하긴 하겠지만 사실 싸우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서 살든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든 우리 모두 이 험난한 세상을 함께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