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Top 10
3백만 원 들고 캐나다 토론토로 워홀 와서 어학원도 안 다니고 한 달 만에 영어 면접 보고 일을 구했다. 한 달 차에 다른 한국인 워홀러, 유학생들로부터 교포냐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는 그들의 영어 실력이 좋지 않아서 진짜 내 영어 실력을 몰랐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후 에세이 형식을 두 달 공부하고 자체시험을 봐 컬리지에 입학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컬리지에 들어가려고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넘는 시간까지도 공부를 하는데 운이 좋았다. 이후 한국어로 수업하는 아이엘츠 수업 두 달 다니고 아이엘츠 제너럴 시험을 봤다. 이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CELPIP 시험도 봤지만, 아이엘츠 점수로 영주권 진행. 단기간에 빨리 늘 수 있는 영어 회화 비법 10가지를 공개한다.
1. 영어에 대한 집착
고등학교 시절 모의고사 외국어 영역은 언제나 1,2등급이었다. 영어 공부하는 것이 좋았고 재밌었기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내 공부나 진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아빠가 "영어 공부 하기가 힘드니?"라고 묻는 게 아닌가. 왜 묻냐고 했더니 내가 자면서 아! 영어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잠꼬대를 했다고 하더라. 어찌나 웃기던지. 나는 사실 문과도 아닌 예체능과 라 공부보단 실기에 더 열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잘하고 싶었다. 문과 학생들과 섞인 반에서 반 1등 친구와 영어 답을 비교하기도 하고, K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던 영어 선생님과 듣기 평가 답을 가지고 언쟁을 한 적도 있었다.(내 답이 맞았음)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해야 하고 그만큼 영어에 집착해야 한다.
2. 단어, 숙어 외우기
"아는 영어 단어는 별로 없지만 영어 speaking을 잘하고 싶어요"라는 것은 마치 당장 통장에 1억은 없지만 100억대 자산가가 되고 싶어요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일푼이지만 아이디어로 사업해서 몇백억 벌건데요? 하면 또 할 말이 없다. 예시가 그렇다는 거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실용적인 단어와 특히 숙어! 무조건 숙어! 를 많이 외워야 한다. 아는 만큼 들린다. 모르는 단어는 만 번을 들어도 여전히 모른다.
3. 많이 듣고 많이 봐야...
아직도 기억나는 건, 엄마가 조기교육을 안 시켜서 초등학교 입학할 때 알파벳은 알았지만 연결해서 읽는 것은 잘 못 했다. 초3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 수업이 있었는데 워낙 어릴 때부터 "크면 미국 가서 살 거야" 노래를 부르던 애라 (그땐 미국=디즈니인 줄)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이후 반에서 영어 제일 잘하는 애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침 팝송에 빠져서 매일 팝송을 들었고, 영화도 많이 봤다. 무조건 많이 듣고 많이 봐서 익숙해져야 한다.
4. 귀를 막지 마세요. (현지에서만 가능한 방법)
나는 이어폰, 에어팟을 안 끼고 다닌다. 지하철, 버스, 카페에서 외국인들이 뭐라고 하나 듣는 편이다. 그렇다고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고, 모든 전체 대화 내용을 염탐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옆에서 떠드는 걸 들었을 때, "아. 저런 식으로 표현하는구나. 저렇게 말하는구나" 싶을 때가 있었다. 특히 영어는 우리나라 사투리처럼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니까 본인이 그 도시에서 살고 있을 때, 원어민들이 자기네끼리 대화하는 것을 생생하게 옆에서 들어야 그 도시에서 쓰고 있는 현지 언어를 흡수할 수 있다.
5. 앵무새 되기
'일본인들은 발음이 문제고, 한국인들은 억양과 강세가 문제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내 글을 일본인들이 보진 않을 테니 한국인 기준으로 말하면 분명 영어 문장인데 한국어를 하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다. 내가 앞서 말한 2번과 3번, 즉 많이 들었다면 그 문장을 원어민들은 어떤 높낮이와 강세로 말하는지 내 안에 쌓인 데이터가 있을 것이다. 그걸 그대로 흉내 내야 한다. 발음만 신경 쓸게 아니다. 강세를 다르게 해도 원어민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6. 상황을 상상하고 연습하기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나 무언가를 기다릴 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그럴 때 어떤 상황을 상상하고, 그 상황에서 내가 영어로 어떻게 말할 것인지 연습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여기가 만약 한국이 아니어서 내가 내 증상을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할까? 가정하고 머릿속으로 열심히 말해본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친구가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와서 나를 소개해는 상황이 생긴다면?'을 상상하고는 머릿속으로 헬로 나이스투미츄~를 하는 것이다. 그럼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원어민과 대화를 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 문장을 영어로 못 말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럼 그걸 검색해서 스스로 공부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당신은 영어로 말할 수 있다. 이미 연습했으니까.
7. 아닌 거 알아도 일단 말하고 보기
처음 캐나다에 와서 친구랑 밥을 먹으러 갔을 때, '이건 양이 많아'를 말하고 싶은데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다짜고짜 빅! 빅! 을 외쳤다. 물론 그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그럼 또 어떡하나. 의사소통은 해야지. 보통은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나는 그때 portion 이란 단어를 배웠고, a lot이라고 하면 되는 걸 배웠다. 그 이후에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이 음식은 양이 많다'라는 걸 어색하게 말한 적이 있을까? 내 문장이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지르고 본다. 그럼 듣는 사람이 분명 "아. 네 말은. 000라고?' 할 것이다. 그럼 그걸 외우면 된다. 친구한테 내 실수를 고쳐달라고 미리 요청할 필요도 없다. 서로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8. 수다쟁이가 되자
나는 한국어로도 말이 굉장히 빠르고 많은 편이다. 그건 내 언어 능력 때문이 아니라 내 성격이 아니겠는가? 이런 내가 영어를 한다고 갑자기 차분하게 꼭 해야 하는 말만 내뱉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도 원어민들과 수다를 떨었고, 웃길 타이밍이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농담을 던져 상대를 웃겼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말하려고 노력해 보자. 말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시간도 짧아지고, 문장도 간결해지고, 말도 빨라진다.
9. 술 먹고 놀기
speaking은 절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다고 늘지 않는다. 친구들이랑 술을 먹고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다.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하고 싶은 말을 막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를 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놓이게 된다. 친구들이랑 다른 친구를 험담하다 보면 나쁜 성격을 의미하는 단어나 은어를 배울 수 있고, 친구가 화를 내는 걸 듣다 보면 욕을 배울 수 있고, 누가 다가와서 추파를 던지면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고, 또 맘에 드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떻게 먼저 가서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 연습할 수 있다. 심지어 영어로 말싸움을 해서 이기는 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
10. 부정적인 상황 피하지 않기
당신은 평화주의자일 수도 되도록 싫은 소리 안 하고 그냥 참고 넘어가는 성격의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그런 부정적인 상황에서 피하지 않고 떠들었기 때문에 영어에 도움이 됐다. 친구와 언쟁을 하게 됐다면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걸 영어로 설명하지 못해서 오케이 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어떻게든 쉬운 표현으로 바꿔 말한다. 즉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 (무섭쥬? ㅎㅎ)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항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고 지나서 내가 그 상황에 어떻게 더 잘,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고민하고 다음부턴 꼭 그렇게 말하겠노라 다짐한다. 항의하고 따져야 하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분명 또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