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왜 캐나다인가?
2015년 여름. 토론토는 겨울이 매우 춥고 길기 때문에 여름인 7,8월 두 달 동안 도시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축제들과 행사들이 열리고 공원이나 해변가(사실 바다가 아니고 호수지만 Beach라고 부른다)는 이 시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겨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된다.
토론토에서 두 번째로 맞는 그 해 여름이 더 소중하고 각별했던 이유는 무려 세 가지나 있었다. 첫째는 겨울을 경험하지 않고 맞이한 첫 번째 여름(2014년)은 그 소중함을 몰랐기 때문에 친구가 '겨울을 보내 봐야 왜 이곳 사람들이 여름을 미친 듯이 즐기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실제로 독한 겨울을 보낸 뒤 맞이한 두 번째 여름은 마침내 찾아온 뜨거운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에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일을 하지 않고 있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며 마지막 이유는 토론토에서 보내는 그 여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1년의 워홀 비자를 끝내고 관광비자를 받은 지 거의 4개월이 되었지만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잠깐 갔다가 또 다른 워홀 비자를 받고 독일로 가는 길과 이곳에서 컬리지에 진학하는 길중에서 선택하고 걸어가야 했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그 막연함과 답답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친구 추천으로 유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지만 유학원 직원은 마치 점쟁이처럼 '넌 이걸 해야 해', '넌 이렇게 될 거야'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초등학교를 마치면 Secondary School로 진학하게 되고 이는 우리의 중. 고등학교와 같다. Secondary School을 졸업하면 학생 선택에 따라 Post-secondary 과정인 College (2-3년) 나 University (4-5년)로 진학하면 되는데, 컬리지를 졸업할 경우 디플로마 (College Diploma)를 받게 되고 유니버시티를 졸업하면 학사(Bechelor Degree)를 받는다는 점이 다르다. 일을 하기 위한 실용적인 기술을 배우는 곳이 컬리지, 좀 더 공부하기 위한 학문적인 교육을 받는 곳이 유니버시티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학생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학업기간과 학비인데, 캐나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제외한 외국 학생들에 대한 대학(유니버시티)의 학비가 컬리지의 두 배 정도이며 학업 기간 또한 두 배 기 때문에 생활비를 고려한 총 유학 경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애초에 4년제 대학에 진학할 마음도, 경제적인 여유도 어쩌면 시간도 없었던 나는 컬리지에 가서 2년짜리 프로그램을 듣기로 결정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엄청 대단한 사람들만 외국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처럼 대단한 사람이 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캐나다에 와서 컬리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실제로 컬리지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엄청 힘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점은 그들이 나보다 영어를 엄청 더 잘하는 것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당시에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언니가 컬리지행을 적극 추천했는데, 그 언니가 옆에서 바람을 넣으며 격려와 응원을 해주지 않았다면 다른 결정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다른 계획이었던 독일 워홀 행은 독일어를 배울 자신이 없다는 것과 그 당시 나는 유럽 대륙을 가 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무모하게 느껴졌다.
컬리지에 가겠다고 결정하자 나보다도 내 주변 친구들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더 반겼는데 그제야 내가 긴 시간을 정처 없이 떠 돌아다닐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내게 고백을 해왔다. 세상에... 정작 내가 제일 아무 생각이 없었구나. 어쨌거나 결국 나는 모두가 기쁜 결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