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이스 Mar 30. 2019

2-3 컬리지 진학을 결심하다

2장. 왜 캐나다인가?

2015년 여름. 토론토는 겨울이 매우 춥고 길기 때문에 여름인 7,8월 두 달 동안 도시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축제들과 행사들이 열리고 공원이나 해변가(사실 바다가 아니고 호수지만 Beach라고 부른다)는 이 시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겨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된다.  


토론토에서 두 번째로 맞는 그 해 여름이 더 소중하고 각별했던 이유는 무려 세 가지나 있었다. 첫째는 겨울을 경험하지 않고 맞이한 첫 번째 여름(2014년)은 그 소중함을 몰랐기 때문에 친구가 '겨울을 보내 봐야 왜 이곳 사람들이 여름을 미친 듯이 즐기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실제로 독한 겨울을 보낸 뒤 맞이한 두 번째 여름은 마침내 찾아온 뜨거운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에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일을 하지 않고 있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며 마지막 이유는 토론토에서 보내는 그 여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1년의 워홀 비자를 끝내고 관광비자를 받은 지 거의 4개월이 되었지만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잠깐 갔다가 또 다른 워홀 비자를 받고 독일로 가는 길과 이곳에서 컬리지에 진학하는 길중에서 선택하고 걸어가야 했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그 막연함과 답답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친구 추천으로 유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지만 유학원 직원은 마치 점쟁이처럼 '넌 이걸 해야 해', '넌 이렇게 될 거야'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초등학교를 마치면 Secondary School로 진학하게 되고 이는 우리의 중. 고등학교와 같다. Secondary School을 졸업하면 학생 선택에 따라 Post-secondary  과정인 College (2-3년) 나 University (4-5년)로 진학하면 되는데, 컬리지를 졸업할 경우 디플로마 (College Diploma)를 받게 되고 유니버시티를 졸업하면 학사(Bechelor Degree)를 받는다는 점이 다르다. 일을 하기 위한 실용적인 기술을 배우는 곳이 컬리지, 좀 더 공부하기 위한 학문적인 교육을 받는 곳이 유니버시티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학생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학업기간과 학비인데, 캐나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제외한 외국 학생들에 대한 대학(유니버시티)의 학비가 컬리지의 두 배 정도이며 학업 기간 또한 두 배 기 때문에 생활비를 고려한 총 유학 경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애초에 4년제 대학에 진학할 마음도, 경제적인 여유도 어쩌면 시간도 없었던 나는 컬리지에 가서 2년짜리 프로그램을 듣기로 결정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엄청 대단한 사람들만 외국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처럼 대단한 사람이 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캐나다에 와서 컬리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실제로 컬리지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엄청 힘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점은 그들이 나보다 영어를 엄청 더 잘하는 것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당시에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언니가 컬리지행을 적극 추천했는데, 그 언니가 옆에서 바람을 넣으며 격려와 응원을 해주지 않았다면 다른 결정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다른 계획이었던 독일 워홀 행은 독일어를 배울 자신이 없다는 것과 그 당시 나는 유럽 대륙을 가 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무모하게 느껴졌다.


컬리지에 가겠다고 결정하자 나보다도 내 주변 친구들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더 반겼는데 그제야 내가 긴 시간을 정처 없이 떠 돌아다닐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내게 고백을 해왔다. 세상에... 정작 내가 제일 아무 생각이 없었구나. 어쨌거나 결국 나는 모두가 기쁜 결정을 했다.  

  

2015년 4월 현지 술집에서 토론토 농구팀 응원. 2019년에 우승을 했다. 





2015년 6월 토론토에서 첫 야구 경기 관람. 북미 야구는 토론토가 아닌 시애틀에서 처음 봤다.



  


공원을 자주 갔다. 항상 음식을 만들어 갔다.


작가의 이전글 2-2 이곳에서 만난 나의 친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