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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Mar 30. 2019

2-4 PGWP와 영주권

2장. 왜 캐나다인가?

막연히 토론토에 2년 정도 더 살기 위해 컬리지 진학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내 마지막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장이었고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돈도 있었으므로 쉽게 결정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틀렸다. 한국에 있는 어느 제3 금융권의 예금으로 묶여 있는 그 돈은 평범한 내 또래의 친구들이 누리고 즐겼던 그 모든 것들을 하지 못한 채 모은 돈이었다. 당장 아무것도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기에 시작했지만 일에서 오는 각종 스트레스와 내 미래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5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모은 돈이었다. 나에겐 내 청춘과 맞바꾼 '피' 같은 돈이었기에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정말 의미 있게 쓰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래서 더욱 캐나다에서 학교를 가는 게 맞는 일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이미 컬리지 진학을 결심한 이후였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문제는 컬리지에서 배우고 싶은 게 없다는 데 있었다. 아직 음악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었는데 그렇다고 캐나다에서 음대를 가기엔 돈도 부족했고, 캐나다라는 나라는 음악 교육으로 유명하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이미 실패한 일을 포기하지 못하고 손에 붙들고 있으려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캐나다에 있는 공립학교에서 1년짜리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1년 동안 일 할 수 있는 비자를 준다. 2년이나 3년을 공부하면 3년짜리 워킹비자를 주는데, 이를 Post Graduate Work Permit , 줄여서 PGWP라고 부른다. 이 비자는 워홀 비자와 그 성격이 비슷한데 비자 기간 동안 아무 데서나 일할 수 있고, 일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더 중요한 점은 이 3년 기간 동안 캐나다 이민국에서 정한 특정 직업으로 1년 이상 일할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사실 캐나다에서 일을 하지 않고 심지어 캐나다 땅을 밟지 않아도 자국에서 이민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런 이민은 특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가능하기에 나처럼 학력과 경력 모두 부족한 사람들은 해당이 안 된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컬리지를 졸업하고, 일을 하고 나면 얘기는 달라지는데 이는 캐나다 내에서의 학력과 경력이 있을 경우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내 나이, 학력, 경력, 영어점수 등 각각의 카테고리마다 점수가 있고, 나의 총점이 이민국에서 발표하는 점수보다 높으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가 있다. 


하여 나는 내가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이뤄놓은 유일한 성과인 '돈'을 학비로 쓰기로 결정했다. 컬리지 졸업 후의 PGWP비자와 영주권까지 고려해서 결정한, 일종의 나 자신에게 하는 투자이자 모험이었다. 이민국에서 정해놓은 직업군으로 일을 구할 수 있을지, 1년이나 2년 일을 해서 가산점을 받아도 이민국이 발표한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가지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지만 굳이 따지면 내가 내년에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어차피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다. 무튼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캐나다에서의 지난 나의 워홀 생활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듯 앞으로의 컬리지 생활도 그러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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