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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Mar 30. 2019

2-2 이곳에서 만난 나의 친구들

2장. 왜 캐나다인가?

앞서 말했듯이 한국에 있었을 때 나는 집순이였고 그래서 친구들과 점점 더 멀어졌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있는 게 더 좋았다. 하지만 나는 겉보기에 이런 내향적인 성향을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을 웃기기를 좋아한다. 사교적이고 활발한 나의 외향적인 성향은 캐나다에서 극대화되었다. 

우선 동양인으로서 나와 상황이 비슷한 동양인 친구들을 만나는 게 가장 쉬웠다. 많은 일본인들이 나와 같은 워홀 비자로 캐나다에 와 있었고 이들과 대화할 땐 함께 영어를 배우는 입장인지라 문법, 단어, 발음에 있어서 부담이 없었다. 되려 한국인들끼리 영어로 대화할 때는 어색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불편한데 일본인들과 말을 하다 보면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도 마치 한국어처럼 떠들어 댈 수 있어 자연스레 스피킹 실력이 늘었다.


캐나다에는 부모가 캐나다로 이민 온 홍콩계 애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은 '캐나다'라는 나라에서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캐나다 생활, 문화를 잘 알려 주었고, 이들이 구사하는 영어는 상대적으로 알아듣기가 쉬웠으며, 같은 문화권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어서 어울려 놀기가 편했다. 함께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같은 아시안 음식을 먹기도 하고 일본식 술집인 이자카야나 한국식 술집에 가서 사케나 소주를 마시며 놀기도 했다. 나의 홍콩계 캐나다인 친구들의 대부분은 많은 일본인, 한국인 유학생들을 많이 알고 있어 자연스레 큰 그룹이 형성되었고 많은 숫자의 사람만큼이나 많은 술자리와 파티가 만들어졌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도 홍콩에서 온 이민자를 부모님으로 둔 캐나다인인데 영어나 캐나다 생활과 관련하여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나 부담 없이 물어봤다. 


캐나다의 국가 중 특히 토론토는 캐나다의 동쪽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유럽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내가 캐나다와 미국을 모두 가보고 나서야 '같은 북미 국가지만 많이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낀 것처럼 다양한 국적의 유럽인들과 어울리고 나서야 각 나라마다 문화와 성향이 다름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게다가 유럽은 나라별로 거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의 차이가 더 컸고, 각 나라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국민성이 있었다. 워홀 시절 만난 Samantha 언니로부터 유럽에서 굉장히 유명한 문화교류 모임을 알게 되었고 함께 거의 매주 모임에 참가하면서 많은 유럽인 친구들을 만났다. 덕분에 이후 컬리지 방학 2주 동안 처음으로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 숙소비를 한 푼도 쓰지 않아 총 여행경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그러면 안 되지만 나도 모르게 '나와 잘 맞는 나라 애들'과 '나와는 맞지 않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나라 애들'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겨버렸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아직까지도 노력 중이다. 

유럽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면 좋은 점은 그들의 문화도 배우고 영어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불어, 독일어, 스웨덴어를 모국어로 하는 친구들은 모두 영어를 잘했고, 이들도 이곳에서 나처럼 외국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쉽게 서로의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밴쿠버와 토론토는 영어를 배우기 위한 도시로 손색이 없기 때문에 많은 남미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온다. 이들은 워홀 비자가 없고, 컬리지 진학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캐나다에 잠시 머문다는 시간적 제약도 있었고 너무나도 다른 문화 차이 때문에 한국인 친구들 또는 동양인 친구들만큼 깊게 사귈 수는 없었지만 함께 어울려 놀기에는 최고의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인생을 즐기는 법을 잘 알았고, 흥이 넘쳤고, 화끈했다. 술과 음악이 있는 곳에선 무조건 남미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다. 이후에도 남미는 아니지만 같은 문화권인 캐리비안(카리브해)으로 휴가를 갈 때마다 그 매력에 흠뻑 취해 돌아오곤 했다.

집에서 하우스파티를 하면 동양인 친구들은 주로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반면, 남미 친구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협소한 공간과 조명 아래에서도 춤을 춘다. '밝은 조명 아래 춤추는 곳도 아닌 집 거실에서 어떻게 춤을 출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여러 차례 '나는 춤을 못 춘다'고 함께 춤추는 걸 거절했지만 '춤을 못 추는 남자는 있어도 춤을 못 추는 여자는 없다'며 내 손을 잡아 끈 멕시코 친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나라는 인간도 춤을 출 수 있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후, 토론토에서 가장 큰 축제인 프라이드(게이 축제) 길 한복판에서 남미 친구들의 박수소리에 흥이 폭발하여 춤을 추다가 지나가던 사람이 동영상을 찍어 가고, 한 번은 친구가 진지하게 '네 몸속엔 남미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들의 문화와 특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가게 되면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 때문에 안 좋은 경험도 하고 상처도 받는다. 때로는 나 혼자 온전히 행복하고 마음 편했던 우물 안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나의 친구들은 내가 한국이라는, 아니 우리 집이라는 우물을 과감하게 떠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이런 친구들을 만나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언제나 깨닫게 해 주었다. 

어디서 무엇을 하던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비록 많은 좋은 친구들을 떠나보내야 했고, 가끔은 울기도 했지만 또 금세 새로운 좋은 친구들을 새로 만났다. 그러면서 일종의 '만남의 광장' 같은 토론토라는 이 도시에 계속 있고 싶어 졌다.  



2015년 캐나다에서 처음 보낸 생일에

   




2014년 8월. 친구 그룹이 주최한 바비큐 파티








브라질 친구의 생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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