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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Jul 25. 2019

4-9 유학, 얼마나 쓰고 모았나

4장 캐나다 유학, 그것이 궁금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와 300만 원을 손에 쥐고 (한국에서 모두 환전하고 왔기 때문에 말 그대로 손에 쥐고 옴) 캐나다에 처음 왔다. 1년 후 비자가 끝났을 땐 내 통장에 캐나다 돈으로 만불이 조금 넘는 금액과 세금 환급으로 받은 천불이 조금 넘는 돈이 있었다. 컬리지에 진학하기 전 한국으로 돌아가 그전에 학원에서 일하며 모아놓은 3천만 원을 아빠에게 주고, 이후 컬리지 학비를 아빠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다행히 그 당시 환율 덕분에 4학기 학비가 한화로 총 2천5-6백만 원 정도였다.   


학교를 다닐 땐, 주 20시간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일본 라멘집에서 서빙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조금 경력이 쌓이자 바쁜 주말에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매주 $200불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의 팁을 받았다. 학교를 다니다 보니 크게 돈 쓸 일이 없어 이 돈으로 생활비를 쓰고 2주에 한번 받는 체크(2주 치 주급)로 그 외 방값과 핸드폰비, 한 달 무제한 교통카드 값을 냈다. 이 당시 워홀 생활 동안 모아 놓은 만불, 즉 천만 원은 항상 통장에 있었다. 통장 잔고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것이 불안하지 않고 나 스스로를 '가난한 유학생'으로 생각하지 않게 해 주었다. 


캐나다의 정규 학기 시작은 9월이지만 대부분의 학과의 경우 1월에도 입학을 할 수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여름방학(5월-8월) 동안 쉬는 게 아니라 2학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다시 9월에 3학기를 듣고 1월에 4학기를 들으면 정확히 1년 4개월 만에 2년짜리 과정을 마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나처럼 1월에 시작하는 프로그램, 일명 패스트트랙(Fast Track)이 아니더라도 여름방학에는 주 40시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모은 돈으로 다음 학기 생활비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열심히 사는 나 자신에게 선물을 줄 겸, 스트레스도 풀 겸 매 학기 사이에 마이애미, 서유럽, 칸쿤으로 휴가를 떠났다. 이 당시 나와 친하지 않은 (나의 자세한 상황을 잘 모르는) 친구들은 내가 부모님 돈으로 편하게 유학 와서 놀러 다닌다며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학교 졸업 후에 라멘집 사장님의 추천으로 바로 유학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영주권 고민까지 해결되었다. 하지만 월급은 최저시급을 조금 넘는 액수였으므로 팁이 있는 서빙 일을 주 40시간 하는 것보다는 적은 금액을 받아 생각보다 돈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다. 이후 두 번의 미국 여행과 두 번의 한국행으로 인해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더욱 돈을 모으지 못했다.


학비로 2천5백만 원 정도를 썼지만 컬리지 시작 전, 캐나다에서 천만 원을 모았으니 엄밀히 따지면 천 5백만 원 정도를 투자한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선택이었는데 그때 당시는 한국에서 힘들게 모은 돈을 쓰는 거 자체가 엄청난 결단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특별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전공을 결정한 유학생으로서 졸업 후 취업과 영주권 또한 장담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기에 더욱 망설였었다. 






전공마다 학비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한 학기(4개월)에 외국 학생 기준, 캐나다 돈 7,000 - 9,000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학생비자로 학기 중엔 주 20시간, 방학중엔 주 40시간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캐나다 은행은 통장이 없어 홈페이지나 어플을 이용해 로그인을 한 후 내역을 확인하거나 은행에 가서 내역서를 뽑아 달라고 해야 한다. 계좌는 체킹(Chequing)과 세이빙(Saving)으로 나뉘는데 체킹 어카운트는 핸드폰 요금제처럼 매달 정해진 사용 횟수에 따른 계좌 유지비가 있고, 일정 잔액 이상 보유할 경우 이 유지비가 면제된다. 이자는 아주 적거나 없으며 이 계좌에 있는 돈을 쓸 수 있게끔 우리나라로 치면 체크카드에 해당하는 데빗카드 (Debit Card)가 있다. 반면 세이빙 계좌는 약간의 이자가 있지만 데빗카드를 이용해 세이빙 계좌에서 금액을 지불할 경우 수수료가 있을 수 있다.


목돈을 넣어둘 경우에는 이런 일반 세이빙 계좌보다 TFSA (Tax-Free Savings Account)라고 하는 계좌가 더 이득인데, 이자에 대한 세금이 없으나 18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고 매년 넣을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 GIC 란 Guaranteed Investment Certificate의 약자로 우리나라의 예금과 비슷한데 간혹 만기일 이전에 돈을 뺄 경우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가입 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나는 최근에 콘도로 이사를 하면서 6개월치 방값을 요구하는 집주인 때문에 GIC를 깨야 했는데 은행에서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크게 당황했다. 다행히 직업이 없어서 이 돈을 써야 한다 하니까 이자는 한 푼도 못 받고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매년 1월이 되면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T4라고 하는 서류를 법적으로 나누어 주게 되어있다. 이 서류를 가지고 4월까지 세금 환급(Tax Return)을 신고하면 되는데 지출은 렌트, 교통비, 학비를 신고할 수 있다. 수입과 지출에 따라 액수는 제각각이며 신청하고 얼마 후에 일시불로 들어오는 환급과 일 년에 여러 차례 나뉘어 들어오는 환급이 있다. 보통 본인 은행 계좌로 입금되거나 집 주소로 체크가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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