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과 섣부른 판단의 오류를 경험한 날
절대 못해 VS 해내는 건 한순간일지도?
자존감 스피치(이하 '자피치') 수업 첫날, 도착한 장소의 공기는 어색함이 가득했다.
가뜩이나 무기력으로 무거운 몸을 겨우 이끌고 겨우 온 곳인데 어색한 공기라니.
너무 불편했고 동시에 생각은 부정을 향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들 앞에서도 발표를 망쳐버리는 내가, 대놓고 평가받기 위해 온 이곳에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고 눈치 보는 내가 여전히 싫다.'
'도망치자!!'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일까?
일찍 도착한 탓에 문과는 먼 자리에 앉아 있었던 나는 앉은 사람들을 전부 밀어내며 뛰쳐나갈 정도의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반강제로라도 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생각은 과거를 향해있었다.
우울하고 무기력하면서도 일단 새싹보리를 심고 있는, 그냥 걷고 있는, 냅다 댄스 클래스를 결제한 후 춤을 추고 있는 내 모습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생각은 이렇게 이어졌다.
'너무 두렵지만 도망치지 않고 일단 오늘이라도 어떻게든 보낸다면, 이 순간도 나중에 이런 기억들과 함께 떠올라 줄까?'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발표 주제를 이야기하기 전, 호스트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많은 생각은 또다시 부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해야 할까? 별로면 어쩌지?'
'말을 어떻게 하고 동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목소리가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지 않을 수 있을까?'
'말을 하다 말고 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해?'
그러나 신기하게도 도망가고 싶지는 않았다.
자료를 읽으면서 할 수 있고 자리에 앉아서 해도 된다는 호스트님의 말이 꽤나 위안이 되었나 보다.
긴장이 덜해지니 하고픈 이야기가 술술 써졌다.
몇 번이고 읽으며 연습했다.
먼저 발표한 분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읽는구나'도 캐치해 상상으로 연습도 해보았다.
왠지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네 기분은 틀렸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발표가 시작하고 모두의 주목을 받자 어김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점점 급해지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높아지는 심박수만큼 말도 빠르게 내뱉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지만 조절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료를 볼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머리가 하얘지지 않았고 더 심해지지 않은 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피드백도 만족스러웠다.
수려한 완성형의 문장을 사용하고, 표현력 및 어휘가 좋습니다.
다만, 나서기를 싫어해서 긴장한 탓에 말이 급하게 나오시는 건데요.
숨이 짧으니 문장 간 텀을 두고 몸을 크게 쓰시면 충분히 더 좋아지실 수 있습니다.
- 자피치 클래스 첫날 받은 피드백 -
스토리텔링을 칭찬받으며 발표를 마쳤던, 논리적으로 친구들을 설득해 화해하게 만들었던, 말로 빛을 발했던 순간들이 머릿 속에 그려졌다.
발표 공포 극복도, 자존감 상승도 한순간에 가능할 것만 같았다.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