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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Mar 27. 2022

빗소리가 좋다. 내가 좋다.

나만의 작은 행복들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음울한 듯 하지만 차분한,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세상의 크고 작은 소음이 빗소리에 가려지는 그 느낌이 좋다. 투둑 투둑.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힘들면 울어도 좋다며 다독여주는 빗소리가 좋다.


파도소리를 좋아한다. 따뜻한 햇살에 안겨 바다가 들려주는 위로를 듣는다. 모래 위에 뿌려둔 내 아픔을 씻어 내린다.


꽃이 좋다. 흐드러지게 핀 핑크색이 사랑을 말하는 것 같 벚꽃이 좋다. 희망을 가득 안은 것 같은 노란색 튤립이 좋다. 산책 중 발견한 나뭇가지에 핀 팝콘 같은 매화꽃이 좋아졌다. 조용하게, 포근하게 세상을 감싸는 새벽의 안개와 같은 안개꽃이 좋다.


강아지를 정말 좋아한다. 동그랗고 큰 눈, 반들반들한 코, 작디작은 앞니, 콧등의 잔털이 예쁘다. 문밖에 1분만 나갔다 와도 좋다고 반기는 꼬리가 사랑스럽다. 어느새 까맣게 변해버린, 분홍분홍 했던 발바닥이 부드럽다. 만져달라며 손짓하는 앞발, 품을 헤집고 들어오는 머리가 귀엽다. 배를 보이며 뒤집어 눕는 게, 엉덩이를 붙이며 등을 맡기는 모습이 좋다. 그냥 모든 것이 좋다.


고요함이 좋다. 시계 초침 소리마저 들리는 고요함.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만 같은 평온함. 새벽 출근길에 조용한 길에서 느껴지는 고요함. 사무실에 1등으로 출근해서 느끼는 여유로운 고요함. 가장 좋은 건 퇴근 후 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른해지는 고요함.


추운 겨울 온수매트가 켜진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차가운 세상에서 포근히 감싸 안겨지는 기분이 좋다. 얼었던 몸이 녹는다. 얼었던 마음도 녹는다.


속 산책이 좋다. 새벽처럼 맑은 공기가 좋다. 재잘대는 듯 지저귀는 새소리가 좋다. 푸릇푸릇한 초록잎들이 좋다.


좋아하는 게 많은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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