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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Apr 16. 2022

곪아버린 상처 마주하기(1)

결핍욕구 채우기 첫 번째

무기력이 찾아와 나만의 매뉴얼을 열고, 나만의 처방을 내렸다.

 

그렇게 빠져나온 줄 았았지만 단 며칠 만에 다시 찾아온 번아웃과 우울증 증상.

벌레가 기어가는 두통, 사소한 일에 내는 짜증, 글을 읽고 쓰기 힘든 상태.

 

내 매뉴얼에 오류가 있었을까?

벌써 개정이 필요한 상태일까?

아니다. 나는 2부가 필요했다.

 


  

[브런치북] 인생에도 클레임을 받았습니다 (brunch.co.kr)

 

내 첫 매뉴얼을 완성한 후 다음 목표는 지표관리, 즉 자존감을 올리는 일이었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 / 출처 : 강서구 심리상담센터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 따르면 이전의 나는 결핍 욕구를 채우는 단계에 있었다.

그래서 나만의 매뉴얼로 이를 이루고 나니 비로소 '자존감'을 관리지표로 하여 비전을 찾으려는 단계, 즉' 자아실현' 단계까지 온 것이었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내게 큰 위안을 주면서 동시에 상처도 많이 준 바로 그 친구에게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것.

바로 그것이 나를 여전히 괴롭혔고 떠오를 때마다 나는 다시 결핍된 상태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곪은 채 숨겨둔 상처의 발견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불안한 지를 계속 자문한 결과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한 친구가 떠올랐다. 바로 제주도와 '감정 쓰레기통 단어' 사건의 그 친구.

그 당시 연락을 끊었다가 우울증에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듯해서 다시 연락을 했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었다.

아니, 잘 지내고 있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 매뉴얼 글을 가까운 지인 중 그 친구에게만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건 분명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글을 쓰는 내내 문득문득 올라오는 가슴속 저 멀리 있던 화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용서하고 서로 잘 지내고 있는데 왜 자꾸만 화가 날까?

가스라이팅 한 상사에게는 '미운 사람이지만 그래도 뭐 조금은 얻은 것도 있네'라는 생각이었다면,

이 친구에게는 '고맙고 좋은 친구인데 왜 가끔씩 화가 나지?' 싶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이었다.

 

처음에 연락을 끊은 후 다시 잘 지내기로 했을 때,

그 당시에는 괜찮아진 줄 알았지만 사실 나는 여전히 자존감이 낮았었다.

사과는 받고 싶지만 그동안 그렇게 잘해준 친구에게 고마운 줄 모르고 탓을 하게 되면

다시 사이가 악화될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곪은 상처를 전부 다 보여주면 큰일 날까 봐 쉽게 보이는 상처만 내놓고 아물게 해 달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상처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고 그걸 이제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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