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 너무 잘 아는데도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마음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하며 에너지를 다 썼고 그렇게 번아웃 초기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었다.
어쨌든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첫 번째였기 때문에 모든 할 일을 내려놓고 쉬었다.
그리고 평소 좋아하는 활동인 웹툰을 보면서 쉬려고 했다.
그렇게 추천받았던 웹툰 '스피릿 핑거스'를 읽게 되었다.
약 160화 정도 되는 분량을 하루 만에 모두 읽어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쉬려고 읽은 이 웹툰에서 나는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얻어버렸다.
주인공인 우연이는 자존감을 깎는 말을 일삼는 엄마와 친구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고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갖고 살고 있었다. 그런 우연이가 크로키 동호회를 통해 한차례 성장하고 그에 용기를 내 엄마와 친구의 말에 받은 상처를 마주하고 비로소 더 큰 성장을 이룬다. 스피릿 핑거스 :: 네이버 웹툰 (naver.com)
내가 상처를 마주하기 두려웠던 이유는,
용기를 내 친구에게 내 상처를 드러내고 치료에 도움을 달라고 했다가
어쩌면 더 큰 상처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는 괜찮다고 해놓고 계속 속으로 나를 나쁜 사람 만들고 있었느냐?'라는 답이 올까 봐,
그리고 그 답을 들으면 나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 너무나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는 달랐다.
한차례 성장한 우연이가 곧 나였다.
그래서 친구에 대한 애정 속에서 왜 자꾸 화가 나는지 살피며 글을 써 내려갔다.
만나서 생각나는 대로 했다가 의도를 잘못 전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절 혹은 비난을 받았을 때 내 마음이 어떨지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견딜 수 있었다.
물론 친구와의 관계가 깨진 것도, 그리고 그동안 상처를 준 친구에게도,
그런 상황까지 몰고 간 나 자신에게도 씁쓸함이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감추고 있던 상처가 또 터져 악화되면 그땐 씁쓸함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