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욕구 채우기 첫 번째
상처 치료하기
내가 브런치북을 처음으로 만들면서 나를 제대로 돌아보니
나도 모르고 있던 상처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나는 분명 너와 화해를 했는데 왜 아직도 과거와 최근의 일이 떠오르며 너에게 가끔씩 화가 날까 싶었지.
제주도 이전에 네가 내게서 사람을 빼앗아 간 그 첫 번째 사건.
그 사건 자체는 사과받은 게 맞지만 그 뒤로 네가 한 말 말이야.
'그 사람이 원래 아무한테나 그러는 거 같던데?'였지.
네가 취해서 밤새 몇 시간을 좋다고 다가가니 그 사람이 잠시 받아준거란 사실은 잊고
그전부터 몇 개월간 내가 겪은 감정은 그저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니,
나를 얼마나 무시하면 저렇게 생각하나 싶었지. 하지만 제대로 말한 적이 없었던 거야.
화해 직후 사건도 그래.
화해한 후 넌 술에 취해서 내가 연락을 끊었던 당시의 너의 괴로움만 계속 이야기했어.
나에 대한 미안함은 전혀 없다는 듯한 자세였지.
상처받았지만 나는 또 말을 하지 않았어.
가장 최근 사건이야.
내가 '마음의 병을 신체에 빗대어 설명하고 싶어'라고 했을 때
네가 '너는 꼭 누구를 이해시키려고 하더라? 난 그냥 모르는 것 같으면 안 하고 마는데.'라고 했지.
우울증을 이겨내고 오랜만에 생긴 꿈인데 꼭 그렇게 쓸모없는 일에 힘쓰는 사람으로 몰아버려야 하는지 참 속상했지.
하지만 나는 이내 또 그다음에 이어지는 너의 말에 칭찬만 하고 있다가 집에 가는 길에서야 화가 올라왔어.
결국 또 말하지 못했지.
왜 말하지 못했을까?
내가 너와 다시 연락한 후 화해했을 때 내 자존감은 여전히 낮았지만 난 몰랐던 거야.
그래서 겨우 좋아진 사이가 또 틀어질까 봐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거지.
그런데 계속 이렇게 지내면 난 결국 너의 언행에 대한 의도를 혼자 추측만 하면서
너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게 되기도 하고
그러다 폭발하면 이전과 달라질게 뭔가 싶어서 말하게 되었어.
물론 내가 원하는 건 너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받는 거고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는 나도 혼자만 오해하는 일은 없도록 내 의견도 피력하려고 노력할 거야.
넌 지금 억울할 수도, 화가 날 수도, 어이없을 수도, 미안할 수도,
모든 감정이 다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난 네가 뭘 대답하든 수용할 수 있어.
지금은 꽤나 단단해져 있거든.
내가 쓴 그 브런치북이라는 것도 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중에 말해도 돼.
아, 그리고 네 답이 뭐든 어쨌든 그동안 숨겨놓고 이제 와 이러는 건 나도 미안하다고 사과할게.
‘ABC 이론’으로 알려져 있는 ABCDEF 치료절차
선행사건(A) → 신념(B) → 결과(C) → 논박(D) → 효과(E) → 감정(F)
인간의 우울과 같은 정서적 반응(C)은 주로 개인의 신념체계(B)에 따라 발생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정서적 반응의 원인이 어떤 사건의 발생(A)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가지는 자신의 비합리적 신념(B) 때문이며, 그 혼란된 정서는 합리적 신념에 의해 효과적으로 논박(D)될 때 사라지고 이러한 논박의 결과로 새로운 철학이나 새로운 인지체계를 가져오는 효과(E)와 그에 따른 감정(F)을 갖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합리정서행동치료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合理情緖行動治療] (상담학 사전, 2016. 01. 15., 김춘경, 이수연, 이윤주, 정종진, 최웅용)